중장비와 트럭은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디젤 엔진으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볼보트럭, 스카니아, 아트라스콥코 등의 트럭·장비 회사를 보유한 스웨덴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말뫼의 눈물’로 몰락했던 스웨덴이 전기화 바람을 타고 제조업 패권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에피록 관계자는 “본래 광산업은 환경 논란이 불가피한 산업이지만 드릴, 로더, 트럭 등 주요 광산장비를 전기화하면서 보다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150년 전 창업한 산업 장비회사 아트라스콥코는 모빌리티·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친환경 조력자로 통한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아트라스콥코가 만든 진공 장비들이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와 부산물을 제거해 팹 내부 환경성과 안전도를 높인다. 전기차 배터리 경량화와 안전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는 가볍고 질긴 알루미늄 소재를 대거 사용하는데 아트라스콥코가 이에 적절한 새로운 접합 기술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적용하고 있다.
볼보 전기트럭의 또 다른 특이점은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만든 철강을 써서 생산했다는 점이다. 탄소가 아닌 수소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기술로, 소량이지만 스웨덴 철강사 사브가 생산을 시작한 ‘그린 강철’을 사용했다.
스웨덴 기업들은 전기화 등 친환경 제조업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과거엔 스웨덴 기업에도 ‘녹색 전환’이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친환경 상품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클라스 닐로스 볼보건설기계 지속가능성총괄은 “탄소배출과 사업 성장은 더 이상 모순적인 말이 아니다”며 “친환경 제조는 재계의 새로운 흐름이자 고객의 요구”라고 했다.
스톡홀름·예테보리=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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