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자동차 용품 등 고가 상품을 최저가로 올려놓고 고객이 돈을 보내면 잠적하는 허위 사이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하자 이를 악용한 사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경찰이 허위 사이트를 인지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데까지 절차상 평균 10일 정도 소요돼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1만2000건이던 사이버 사기는 5년 새 15만5715건으로 39%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2020년에는 사이버 사기가 17만 건 넘게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이버 사기 신고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사이버 사기의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경찰에 즉각적인 사이트 차단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상 불법·유해 정보의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 기간만 평균 10일 정도 소요돼 정부 대응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예산·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정보는 심의를 거쳐 24시간 안에 삭제·차단하고 있지만 이 밖에 사기, 마약 등 신종 사이버 범죄까지 상시 대응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2019년 출범한 디지털성범죄심의국은 4개 팀 21명의 직원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대응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 관계자는 “한 달에 수만 건의 심의가 접수되는데 인력 부족으로 신속한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기와 마약 등 사이버 범죄 확산을 막으려면 디지털 심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행 방송통신심의위 설치법상 성범죄 정보로 한정된 디지털 심의를 확대하자는 내용의 개정안 6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사회적 피해가 큰 만큼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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