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산업 현장에 ‘4조2교대’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 바람이 확산하고 있다.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가 주야간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체계다. 사실상 ‘주 3일 근무’와 비슷한 형태다. 일할 때 확실히 일하고 쉴 땐 제대로 쉬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이 늘어난 데 따른 생산직 근무 형태의 변화다.
현장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이 4조 교대 도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3개 조가 12시간씩 근무하는 3조2교대는 4조 교대보다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가 높다. 회사 측은 “아직은 4조 교대가 4조3교대가 될지, 4조2교대가 될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에선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4조2교대 도입 요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 현장에 보편화된 4조3교대 근무와 비교하면 4조2교대는 하루 근무 시간이 4시간 많다. 다만 한 번 쉴 때 몰아서 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두 근무 체계의 총 근무 시간은 동일하지만, 4조2교대는 연간 쉬는 날이 80일가량 많은 190일이다.
상대적으로 근무 강도가 센 철강업종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사 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4조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4조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나타난다. 반도체 업체인 SK실트론은 2021년,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4조2교대를 도입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휴가나 퇴사 등 직원 이탈에 따른 대체근로자 투입이 쉽지 않은 것은 걸림돌이다. 생산직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가 4조2교대 도입을 꺼린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인력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로 4조2교대를 도입하면 인력난과 숙련도 저하로 안전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루 근무 시간이 8시간이 넘는 만큼 연장근로에 따른 임금 보전 등도 부담이다.
4조2교대를 꺼리는 직원도 적지 않다. 그간 이어져 온 근무 환경에 익숙한 고연차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12시간을 연달아 근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한화솔루션 노조는 최근 4조2교대 도입 찬반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지만, 찬성 수가 절반을 넘지 못해 무산됐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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