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생산직 "쉴땐 몰아서"…산업현장 '4조 2교대' 바람

입력 2023-03-26 17:45   수정 2023-04-03 20:18


국내 대기업 산업 현장에 ‘4조2교대’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 바람이 확산하고 있다.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가 주야간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체계다. 사실상 ‘주 3일 근무’와 비슷한 형태다. 일할 때 확실히 일하고 쉴 땐 제대로 쉬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이 늘어난 데 따른 생산직 근무 형태의 변화다.
LG이노텍, ‘4조 교대’ 전환 논의 착수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생산직의 근무 체계를 기존 3조2교대에서 ‘4조 교대’로 변경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장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이 4조 교대 도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3개 조가 12시간씩 근무하는 3조2교대는 4조 교대보다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가 높다. 회사 측은 “아직은 4조 교대가 4조3교대가 될지, 4조2교대가 될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에선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4조2교대 도입 요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 현장에 보편화된 4조3교대 근무와 비교하면 4조2교대는 하루 근무 시간이 4시간 많다. 다만 한 번 쉴 때 몰아서 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두 근무 체계의 총 근무 시간은 동일하지만, 4조2교대는 연간 쉬는 날이 80일가량 많은 190일이다.
생산직 4조2교대 도입 확산
장치산업인 정유·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4조2교대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창립 후 61년 만에 생산 근무 제도를 4조2교대로 전면 전환했다. 애경케미칼도 최근 울산공장 생산직 근무 형태를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꿨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이미 4조2교대로 운영하고 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시범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근무 강도가 센 철강업종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사 협약을 통해 올해부터 4조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4조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나타난다. 반도체 업체인 SK실트론은 2021년,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4조2교대를 도입했다.
대세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
4조2교대를 바라보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회사 측이 4조2교대에 기대하는 부분은 생산성 확대와 업무 집중도 향상이다. 4조3교대보다 직원들의 교대 근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생산라인을 보다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또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일을 제공해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휴가나 퇴사 등 직원 이탈에 따른 대체근로자 투입이 쉽지 않은 것은 걸림돌이다. 생산직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가 4조2교대 도입을 꺼린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인력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로 4조2교대를 도입하면 인력난과 숙련도 저하로 안전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루 근무 시간이 8시간이 넘는 만큼 연장근로에 따른 임금 보전 등도 부담이다.

4조2교대를 꺼리는 직원도 적지 않다. 그간 이어져 온 근무 환경에 익숙한 고연차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12시간을 연달아 근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한화솔루션 노조는 최근 4조2교대 도입 찬반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지만, 찬성 수가 절반을 넘지 못해 무산됐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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