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최고경영자(CEO) 선정 절차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KT는 윤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윤 사장은 지난 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여권의 비판은 물론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22일 열린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회 관계자는 "윤 사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사들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지난 주말까지 윤 사장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이어진 외부 압박에 대한 부담은 물론 CEO 선임이 되더라도 원활한 경영이 힘들 것이란 판단에 최종적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4일 앞두고 윤 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대표이사 선정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KT 이사회는 곧 긴급 이사회를 열고 주총 의안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할 예정이다.
구현모 대표의 임기는 31일까지다. 주총에서 CEO를 뽑지 못하면 당분간 대표 없이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도 주총에 상정됐지만 윤 사장의 사퇴로 이들의 선임 안건도 함께 폐기된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모두 없을 경우 KT 정관에 따라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 대행을 맡을 전망이다. 상법에 따라 구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작년 11월 연임 도전을 선언한 구 대표는 이사회를 통해 두 차례 대표 후보로 선임됐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 구조 투명화를 강조하자 지난달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매년 11~12월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하는데, 작년 12월부터 CEO 선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물론 계열사까지 모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리더십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서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의 의사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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