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7일 16: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단기자금 시장 가늠자인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 3%대로 떨어졌다. 회사채 시장에서 나선 한솔제지는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장?단기 자금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글로벌 은행 위기로 제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떨어진 연 3.99%로 마감했다. CP 금리는 지난 1월 연 4%로 내려온 데 이어 이날 연 3%대까지 안착했다. CP 금리가 연 3%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10월 18일(연 3.94%) 이후 처음이다.
CP 금리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논란으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급등세를 탔다. 지난해 초 1%대였던 CP 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5.54%까지 뛰었다.
업계에서는 단기자금 시장 경색 완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등 유동성 공급 대책을 대거 쏟아낸 효과다. 지난 6일에는 부동산 PF 위험이 확산하지 않도록 건설사에 지급하는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올해 5조원 이상 더 늘리기로 했다.
한 대형 증권사 CP 발행 담당자는 “정부의 유동성 대책과 기관투자가가 지갑을 푸는 ‘연초효과’가 겹치면서 올 초부터 단기자금 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며 “지난해 말 연 6~7%대에서 거래된 A1급 3개월물 PF-ABCP 금리가 연 3%대 중후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도 반영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한때 연 3.1%대까지 내려왔다.
장기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도 올해 1분기에 비해 강세가 다소 꺾였지만 투자 수요 확보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한솔제지(신용등급 A)는 이날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136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A급 회사채로 신용도가 높진 않지만 탄탄한 실적 등으로 ‘완판’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터진 은행발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이 커진 건 악재로 꼽힌다. 변동성 확대가 기관투자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2금융권 부동산 PF 익스포저(대출 등 위험노출액) 급등 등으로 단기자금 시장이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등 가파른 금리 인상의 부작용으로 연내 채권시장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량 채권에 대한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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