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작가(64)는 쇳가루를 섞은 반죽으로 추상화를 그린 뒤 산으로 표면을 부식시켜 녹이 슬게 만든다. 쇠가 녹스는 것처럼 모든 젊은이는 언젠가 노인이 되며, 결국 무(無)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예술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비선재에서 이 작가의 개인전 ‘고요한 소명’이 열리고 있다. 계명대를 졸업하고 도쿄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수료한 이 작가는 한평생 추상화를 그려왔다. 그가 그린 작품에서는 서예 작품을 연상시키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풍겨 나온다. 작가는 “왕희지와 추사 김정희의 자형과 조형성에서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최근 프랑스 기반의 글로벌 갤러리인 오페라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오페라갤러리는 세계 주요 도시에 지점을 다수 보유한 갤러리 체인이다. 오페라갤러리 관계자는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해외에 적극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시는 30일까지. 관람은 무료지만 사전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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