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을 맞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의 사회적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은행권 전반에 부실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상생 금융을 통해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함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함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자와 수수료 결정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소비자가 금리 책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상품 개발 단계부터 합리적인 이자 산정 기준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자 감면 대상을 넓히고, 취약계층 지원 자금을 늘리는 등 신뢰를 통해 상생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나금융은 2018년부터 보육시설이 필요한 지역에 100개의 어린이집을 세우는 ‘어린이집 100호 건립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차병원과 손잡고 그룹 임직원 난자 전문 검진 및 동결 시술 지원 등 난임 치료 통합 지원 체계도 구축 중이다.
함 회장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면 경영 체계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보상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금융사가 될 수 있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할 때”라고 했다.
함 회장은 작년 말 박성호 하나은행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했다. 은행장 시절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를 고도화해 가입자 1300만 명을 유치한 박 부회장에게 그룹의 디지털 신사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원큐를 종합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전환해 주식·카드 거래, 보험 진단 등 그룹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게 개편 중이다. 2024년까지 고객 맞춤형 금융 마케팅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다.
함 회장은 취임 첫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KB·신한금융과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작년 3조169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4대 시중은행 중 1위에 올랐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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