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그룹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계열사인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위블로(Hublot·사진)가 한국 시계 소재·부품 제조업체인 에코시계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에코시계는 시계 베젤(테두리)에 쓰이는 핵심 부품인 세라믹을 제조해 여러 명품 브랜드에 납품해온 강소업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위블로는 고영곤 에코시계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00% 중 7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최근 맺었다. 거래금액은 약 300억원이다.
에코시계의 전신은 1986년 설립된 진성시계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명백화점에 직영 매장을 열고 저가형 시계를 팔았다. 외환위기(IMF) 때 타격을 입자 1999년 상호를 바꾸고 유명 브랜드에 반제품 시계를 납품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모델로 사업 구조를 전환했다. 2008년부턴 위블로, 스와치 등 글로벌 수요처를 확보해 세라믹 등 부품을 납품해왔다. 2014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때 위블로와 세라믹 신소재 핵심 부품 개발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향후 10년간 5000만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위블로는 에코시계와 거래를 이어오다가 기술력을 눈여겨보고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시계는 광물인 지르코니아 파우더를 1450도 이상 고온으로 구워내 시계에 사용되는 세라믹을 생산한다. 에코시계의 세라믹은 긁혀도 흠집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데다 경쟁사 대비 색감이 뛰어나 주목받아 왔다.
서울 성동구에 본사를 둔 에코시계는 한때 중국 선전에서 공장을 운영하다가 2013년 경기 광주로 생산거점을 옮겼다.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더 신뢰를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펼치며 세라믹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프리미엄 시계 브랜드에선 에코시계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전문성이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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