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비슷한 시기 UAE와 이집트 출장을 간 한전KDN 임원 B씨와 UAE에서 만나 함께 식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2022년 2월 미국, 7월 일본, 11월 베트남 등의 출장 일정을 맞춰 현지에서 만나 여러 차례 식사를 했다. 이는 모두 코로나19로 방역지침이 강화돼 정부가 공기업 임원에게 해외 출장을 자제하라고 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들이 다녀온 외유성 해외 출장은 A임원 5차례(8개국), B임원 7차례(14개국)나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7일 발표한 산하 공기업 임원의 부적절한 외유성 해외 출장 사례다. 이들이 해외 출장 중 지사와 법인 관계자들에게서 받은 금전적 편의는 각각 320만원과 256만원에 달했다.
산업부는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사안에 대해 기관경고와 함께 이들이 부당 전가한 출장경비 환수 조치를 내렸다. 또 향후 공직 재임용시 결격 사유가 있다는 점을 이들의 인사 자료에 포함해 관리하라고 해당 공기업에 통보했다. 산업부는 이 일을 계기로 올해 상반기에 산하 41개 공공기관 임원의 해외 출장 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공기업 방만 경영의 악습이 또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두 임원이 외유성 출장을 간 시기에 한전은 눈덩이처럼 쌓인 적자로 경영난에 빠졌다. 한전 적자는 2021년 5조8000억원에 이어 2022년 32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전 적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탓도 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단가가 싼 원전 가동을 줄이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린 영향도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방만한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두 임원 사례는 방만 경영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을 새삼 보여준다. 한전은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올 2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먼저다. 한전 스스로 방만 경영을 없애기 위한 내부 단속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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