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후 대표가 공석일 경우 새 대표가 뽑힐 때까지 구 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게 상법상 원칙이지만 업계에선 구 대표가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년 12월 구 대표의 연임이 결정된 이후 국민연금과 여권, 대통령실이 KT의 지배구조를 두고 비판을 시작한 탓이다. KT 정관에는 사내이사 전원 유고 시 임원이 직제 순서에 따라 대표를 맡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당분간 직무대행을 할 확률이 높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는 윤 사장의 대표 선임안에는 찬성했지만 사외이사 3명의 연임에는 반대를 권고했다. 대표 선출이 몇 달째 공전하면서 사외이사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들의 재선임이 무산되면 김대유·유희열·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된다. 김대유 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유희열 이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지배구조위는 대표 승계 계획과 사내외 대표 후보군 조사 및 구성, 대표 후보 심사 대상자 선정 등을 맡는다.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심사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의 몫이다.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전원이 이 위원회에 속하게 된다.
상법 386조는 이사의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새로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퇴임한 이사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퇴임 이사가 참여할 수도 있지만 현재 사내외 이사를 여권이 ‘이권 카르텔’로 비판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연임이 무산되면 KT가 외부 자문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임시 주총을 열어 이사진을 충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대표 선정까지 1~2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KT의 리더십 공백이 계속될 전망이다.
작년 12월부터 최고경영자(CEO) 선임 논란이 이어지면서 KT와 KT 계열사의 인사, 조직 개편 작업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이승우 기자 sw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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