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린 '복수의결권제'…단 한명 반대로 일단 무산

입력 2023-03-27 18:01   수정 2023-03-28 01:04

벤처기업 창업자가 지분 희석을 걱정하지 않고 투자받을 수 있도록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복수의결권제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는 데 또 실패했다. 최근 자금줄이 얼어붙은 벤처업계에서는 관련 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또다시 계류됐다.

국회 법사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복수의결권제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율이 30% 밑으로 하락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할 경우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0년 6월 처음 발의된 뒤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3년간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치면서 각종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양도하는 경우에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감사 선임과 해임, 이사 보수 결정, 배당 등의 사안은 보통주와 같은 1주 1표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후 여야는 법안 통과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면서 통과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그간 반대의 뜻을 고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긴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조 의원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이라는 중대 원칙에 대한 예외 조항을 만들면서까지 법을 개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의 뜻을 고수했다. 중기부 장관 출신인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이미 여러 차례 논의를 반복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에 올릴 때가 됐다”고 요구했지만 조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결국 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하기로 했지만 “다음번 전체회의에서는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재연/고은이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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