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진 적 없고, 이뤄질 수 없는 만남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1790년에 세상을 떠났다. 마르크스는 프로이센에서 1818년에 태어났다.
스미스는 시장의 자유와 경쟁으로 국가 전체의 부(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통해 노동자 천국을 건설하기를 꿈꿨다.
불가능한 만남이 성사된 건 저자의 상상력과 내공 덕분이다. 저자는 이경태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재무부 공무원으로 입직해 오랫동안 국책연구원에 몸담으며 정책 연구경험을 쌓았다. 은퇴 후에는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하고 SSCI 등재지인 '코리아 옵저버'의 편집주간을 역임하는 등 말과 글을 다뤄왔다.
책은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저서를 기초로 저자가 상상력을 더해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나의 얕은 앎으로는 구제의 지혜를 짜낼 수가 없으니 세상 바꾸는 데 천재였던 두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었다"며 "그러나 나는 이승에 있고 두 사람은 저승에 있으니 소통이 불가능해 궁여지책으로 나의 부족한 지식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 보기로 했다"고 썼다.
언뜻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다. 어떤 독자는 '죽은 두 사람의 대담을 상상해보자'는 책의 발상 자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 형식을 취한 덕분에 두 사상가의 철학과 주장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의 핵심 사상을 쉽게 비교 가능하다. 스미스와 마르크스가 오늘날 남북문제 등을 두고 토론하는 건 상상이기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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