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애국심, 종교 등 전통적으로 중시해왔던 가치에 비중을 덜 두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미국인들 중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만이 자녀를 중시한다고 답하는 등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저출생 기조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여론조사센터(NORC)와 공동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이 포착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과 NORC는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인 1019명을 상대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조사했다.
응답자 중 38%만이 애국심이 중요한 가치라고 답했다. 이는 이 조사가 처음으로 시행된 1998년(70%)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30세 미만은 23%로 더 낮았다. 종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 중 종교를 중시한다고 답한 비율은 1998년 62%에서 39%로 하락했다. 역시 30세 미만 중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31%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공동체 참여를 중시한다는 답변 비율도 2019년 62%에서 이번엔 27%로 급락했다.
세계적인 저출생 기조를 반영한 듯한 결과도 나왔다. 자녀 양육을 중시한다는 응답 비율은 1998년엔 59%였으나 2019년엔 43%, 이번 조사에선 30%로 떨어졌다. 30세 미만 젊은 응답자 중 자녀 양육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미국 젊은이 4분의 3 이상이 자녀 양육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을 향한 자부심도 약해졌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21%가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우위를 점한 나라라고 답했다. 미국보다 다른 나라가 더 낫다는 응답 비율은 2016년 19%에서 이번엔 27%로 상승했다.
반면 미국인들 사이에서 돈을 중시하는 풍조는 확산했다.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돈을 꼽은 응답자는 1998년 31%에서 2019년 41%, 이번엔 43%로 확대됐다.
제니퍼 벤츠 NORC 공보 담당은 경기 침체 우려가 이번 조사에 반영됐다며 “미국인들은 국가의 모든 것에 실망스러워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빌 맥킨터프는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안, 코로나19 등이 미국인들의 가치관 변화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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