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이 27일(현지시간) 엘렌 민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의 최근 일상생활을 집중 조명했다.
CNN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민 씨는 요즘 들어 식료품 가게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외출도 피하고 있다. 최근엔 지역 축제 퍼레이드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 씨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최근 아시아 혐오 분위기가 미국 사회에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정부가 중국의 스파이 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물체를 격추하면서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CNN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확산했는데 최근엔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 갈등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첼리스트 요요마 등 저명한 중국계 인사 단체인 '100인 위원회'의 젠유 황 회장은 "정부는 점점 더 우리가 중국인이거나 중국과 문화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성심이 없거나 스파이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이 중국의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 대학의 펠레온 린 연구원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보호 정책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개인정보보호에 소홀한 정부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발언이 죄 없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50년대 일명 '붉은 위협'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인 매카시즘처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아시아인들을 잠재적인 범죄 위험에 몰아넣는다는 설명이다.
한국계인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반아시아계 혐오범죄가 팬데믹 이후 증가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도 미국인이고 모든 미국인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며 모든 미국인을 존중하면서도 중국공산당의 위협을 경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라는 동안 집에 계란이나 토마토가 날아드는 등 인종차별 폭력을 자주 경험했다는 엘런 민 씨는 "부모님이 가족의 세탁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며 "가족이 가까이 있기를 바라는 만큼 부모님이 한국에서 더 안전할 거라고 말하는 건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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