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셀트리온그룹 계열사의 이사회 공동의장에 선임되면서다. 서 회장은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과 대형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겠다고 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그치지 않고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연말 3사 합병”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는 28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서 회장을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 서 회장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주총에서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며 “영업 현장으로 돌아가 최상의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1년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 머물며 글로벌 사업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참석 주주의 79.7%가 찬성했고, 20.3%는 반대표를 던졌다.2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한 서 회장은 상장 3사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3사 합병은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다. ‘서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는 셀트리온제약, 해외 판매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담당하고 있다.
서 회장은 “합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합병 준비는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회계 감리 결과에 따른 내부통제 개선 이행 조치 보고가 오는 7월 최종 마무리되면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시장 환경이 합병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되면 이르면 연말 합병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A도 적극 추진”
대규모 M&A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올해 좋은 M&A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금이 풍부하지만 필요하다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인수대금 대신 지급하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하지 않고 서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가치는 약 1조원이다.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은 관찰하는 단계”라며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박스터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램시마’ 위탁생산(CMO) 업체다. M&A 규모는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서 회장은 박스터 외에도 다양한 매물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라면 지체하지 않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신약 플랫폼 확보 속도
혁신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서 회장은 “바이오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차세대 항체의약품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는 먹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발굴도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서 회장은 “코로나19 백신에 활용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 기술도 올 상반기에 내재화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2021년부터 미국 트라이링크바이오테크놀로지와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송도=한재영/김유림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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