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사회보장 재원조달 방안 연구’에서 사회보장세 성격의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 방안을 제안했다. 고숙자 연구위원 등은 보고서를 통해 소득세, 보유세 등 자산세와 소비과세(한국은 부가가치세) 등 세금 종류별로 사회보장 재원 마련 차원의 증세가 가능한지 여부를 다각도로 연구했다.
소득세는 소득 규모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이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사람이 재원을 더 부담하는 조세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세목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복지의 주요 수혜계층인 고령층은 은퇴 이후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세대 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혜층과 부담층이 이원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산과세를 강화하면 주택을 보유한 은퇴 고령층도 과세 대상이 되지만, 소득이 없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거셀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시됐다.
부가세를 1%포인트 높일 경우 2020년 기준으로 약 8조1000억원의 추가재원(지방소비세 포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2030년은 10조4000억원, 2040년엔 12조2000억원의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포인트 인상할 경우 2020년 기준 16조1000억원, 3%포인트 인상 시엔 24조2000억원 등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 같은 증세 방식의 재원 조달에는 극심한 국민 반발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특히 부가세는 모든 국민이 내는 만큼 인상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도 2015년 부가세 인상을 추진했지만 수차례 연기된 끝에 2019년에야 인상이 확정됐다. 소득세나 재산세, 로봇세 등을 새로 걷더라도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에서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증세를 고려하기 이전에 불필요한 복지는 없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급격히 늘어난 현금복지의 적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검증한 후 현금복지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를 올해 예산 편성의 핵심 기조로 삼았다.
과도한 세금 감면을 정비하는 것도 증세 논의 이전에 선행돼야 하는 조치로 여겨진다. 한국은 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2021년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7.2%다.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 중 1224만 명이 세금을 내고 725만 명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 상당수는 과세표준 1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복지혜택이 집중되는 계층인 만큼 어느 정도는 세금을 내고 혜택을 받도록 면세 폭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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