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국가 성장을 이끌 10만 중소기업을 양성하기 위해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 원장은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롯데경제연구소,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거쳐 2021년 6월 제8대 중소벤처연 원장으로 취임했다. 중소벤처연에서 개방과 내부 경쟁을 통해 정책 연구 성과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오 원장은 “중소기업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금을 쥐여주는 정책”이라며 “지금처럼 거시경제 상황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불리한 가운데선 먹히지 않는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긴 호흡으로 성장 전략과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만드는 심기일전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원장은 세계 5위권의 ‘초일류 대한민국’을 달성하는 성장 전략으로 ‘10만 중소기업 양병설’을 제안했다. 삼성과 현대의 뒤를 이을 글로벌 기업이 중소기업 가운데 탄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얘기다.
이를 위한 중기 정책 역시 성장형과 생계형으로 이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제조업, 글로벌기업, 기업가형 소상공인 등이 대상인 성장형 정책은 혁신과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한편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대상인 생계형 정책도 언제든지 정책 대상들이 성장형 정책 대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원장은 “한정된 자원을 모든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정책을 선택과 집중하는 대표적 기준은 ‘고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출 성과가 얼만지만 따지지 말고 노동과 자본, 기술 등이 모두 해외 시장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는지로 중소기업의 글로벌 성과를 가늠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뭉쳐 협업 네트워크 구성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승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이란 말은 1980년 8차 개헌 당시 헌법에 명시된 이래 40여년째 유지되고 있다. 8차 개헌 당시 국내 300인 미만 사업체는 7만여 개. 지금은 중소기업 수가 729만 개로 크게 불어났다. 그는 “10차 개헌에선 중소기업의 ‘협력과 경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명시해야 한다”며 “이 부분만큼은 정치권에서 힘을 실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오는 10월 시행되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 “한국경제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75년 제정된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으로 급속한 산업화는 달성했으나, 대중소기업 격차는 벌어졌다”며 “이런 산업 구조의 모순을 해소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외 조항을 악용한 법 적용 회피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촘촘히 마련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