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민선 8기 울진의 새 리더로 취임한 손병복 울진군수(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손 군수는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과 한수원 한울원전본부장을 지낸 원자력 분야 전문가다. 인구 5만 명이 무너지면서 지방소멸을 우려하던 해안도시 울진이 손 군수 취임 이후 원자력 수소 도시로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울진 곳곳에서 그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H2ULJIN’이라는 대형 로고가 새겨진 안내판이 울진의 미래를 한눈에 대변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등 군민과 단체가 내건 ‘개청 이래 최고 경사, 울진에 국가산단 들어선다’ 현수막은 울진군민이 국가산단에 거는 기대를 반영했다.
울진 원자력 수소 국가산단은 2030년까지 죽변 후정리 일원에 158만㎡ 규모로 조성된다. 약 4000억원이 투입된다. 울진 국가산단에는 국내 수소 관련 대기업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제조업체와 연구시설 등이 집적된다. 또 국가혁신 수소 산업클러스터가 조성돼 탄소중립 시대 핵심과제인 국가 수소 산업을 울진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가게 될 전망이다.
지역 경제효과 또한 생산 유발 효과 7조1000억원, 고용 유발 효과 2만4050명 등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손 군수는 “처음 취임하니 소형모듈원자로(SMR) 위주의 수소 실증단지 계획만 갖고 있었다”며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원전 잉여전력을 활용하는 국가산단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백지화되고 원전 정책이 다시 제 궤도에 오르면서 손 군수는 원전을 가진 도시의 장점을 백분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국가산단 계획에 담았다. 손 군수는 “신한울 3, 4호기까지 울진군 내 10기의 원전이 가동되면 세계 최대인 1만1500㎿의 발전 설비용량을 갖추게 된다”며 “가동률에 따라 생기는 잉여전력을 국가산단 입주업체에 싸게 공급해 국가산단을 조기에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군수는 “원자력 전기를 울진 국가산단에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등 관련법 개정, 상용원전 연계 수소 생산을 위한 R&D 사업, SMR 활용 수소 생산을 위한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군수는 “규제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4일 최근 전기요금 차등제가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해 손 군수의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손 군수는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을 분해해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며 “이는 원전의 잉여전력을 활용할 수도 있고 SMR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울진군은 지난해 8월부터 현대엔지니어링, 효성 중공업PG, GS건설, DL이앤씨·카본코, SK디앤디, SK에코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등 8개 대기업, 82개 중소기업과 수소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단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협약식에서 “이번 업무협약은 청정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모범 사례”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을 고도화해 원자력 기반의 청정 수소 산업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손 군수는 “수소 전주기 산업생태계 구축, 산학융합지구 지정 및 대학 유치를 통한 산업 현장 인력 양성, 물류, 수소 운송을 위한 철도, 고속도로, 수출항만 등 산업기반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해 글로벌 원자력 수소 허브로서 일자리가 넘쳐나고 사람이 모이는 지방 강소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울진=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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