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9일 15: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제품이 갈수록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과정 등을 거쳐 생산되고 판매되기 때문에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용역에 관한 정확한 정보의 전달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기업의 표시·광고를 통해 제공된다. 표시·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으나, 표시·광고를 소비자의 구매의사를 유발하기 위한 하나의 판매 전략으로만 인식하여 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소비자에게 생명·신체·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자의 표시·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이 표시·광고를 공법적으로 규제하는 일반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함으로써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을 그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하는 등 종전보다 더 엄격한 법집행을 하고 있고, 다수 소비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뒤따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사업자들로서도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시·광고 시 유의할 필요가 더 커지고 있다.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①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② 기만적인 표시·광고, ③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④ 비방적인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다(법 제 3조 제1항).
‘거짓·과장의 표시·광고’는 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하는 것을 말하고, ‘기만적인 표시·광고’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표시·광고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일반 소비자는 표시·광고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된 문장, 단어, 디자인, 도안, 소리 또는 이들의 결합에 의하여 제시되는 표현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사항, 관례적이고 통상적인 상황 등도 종합하여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표시·광고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그 표시·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와 관련한 최근 사례를 보면, ① 사업자가 ‘1+1 행사’ 광고, 즉 1개 가격으로 2개를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였는데, 1+1 판매가격이 광고 직전 판매가격의 2배보다는 낮으나, 광고 전 20일 동안 최저 판매가격의 2배와 같거나 2배보다 높았던 사례, ②상품을 할인하여 판매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면서 그 판매가격을 종전거래가격과 비교하여 표시하였는데, 광고상 종전거래가격이 광고 직전 판매가격과는 같으나, 광고 전 20일 동안 최저 판매가격보다는 높았던 사례에서, 대법원은 공정위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상 ‘종전거래가격’에 관한 내용을 기준으로 삼아 해당 광고의 거짓 광고성을 인정하였다. 할인 또는 가격인하의 방법으로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표시·광고를 할 때 관련 규정을 참고하여 가격 표시에 유의하여야 함을 알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기만적인 표시·광고’와 관련한 최근 사례로는, 공기청정기의 세균 및 바이러스 제거 성능을 광고하면서 ‘공기 중 유해 세균, 바이러스를 99% 이상 제거’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그 실험 결과가 제한된 환경과 조건 아래에서 제한된 제품을 대상으로 행해진 실험에 기초하였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던 것을 들 수 있다. 법원은 실험조건과 실제 사용 환경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정보 없이 “※ 제거율은 실험실 조건이며 실사용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는 형식적인 제한사항을 표시한 것만으로는 ‘바이러스 99% 이상 제거율’로 표시된 광고행위의 전체적인 인상에 비추어 소비자의 오인가능성을 제거하기 부족한 점 등을 이유로,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해당 사안에서 사업자가 구체적인 실험조건과 실제 사용 환경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광고를 한 경우에는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데, 위와 유사한 광고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이라 하겠다.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는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분명하게 밝히지 아니하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또는 자기의 상품이나 용역을 다른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나 다른 사업자 등의 상품 등과 비교하여 우량 또는 유리하다고 표시·광고하는 것을 말하고, ‘비방적인 표시·광고’는 다른 사업자 등 또는 다른 사업자 등의 상품 등에 관하여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표시·광고하여 비방하거나 불리한 사실만을 표시·광고하여 비방하는 것을 말한다.
종류가 다른 원료의 성분 중 자기 제품에 유리한 한 가지 성분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다른 사업자의 상품과 비교하여 광고한 것은 부당한 비교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자동차 엔진내부세척제를 타사가 생산 판매하는 제품과 비교광고하면서, ‘해당 제품을 사용한 차량의 유해가스 배출량 감소비율이 2배 정도 커 품질과 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취지로 광고한 것은 유해가스 배출량이 측정에 사용된 차량의 차종이나 그 제작연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광고의 비교기준이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부당한 비교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비방적인 표시·광고’와 관련한 사례로는, PVE창호와 경쟁관계에 있는 알루미늄창호를 생산하는 업체가 ‘화재시 가장 치명적인 것은 PVC 새시에서 발생하는 살인 유독가스(염화수소가스)입니다’라고 광고한 것은 화재발생 시 PVC창호에서 발생하는 염화수소가스가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유독가스로서 그것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것이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유독가스이고 사망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방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있다.
반면, “플라스틱용기 찜찜하셨죠? 이젠, 강화유리밀폐용기로 바꾸세요. 환경호르몬에 안전한 글라스락”이라고 광고하는 한편,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된 플라스틱 용기의 환경호르몬에 대한 안전성을 겨냥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리식기인 글라스락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플라스틱 식기가 인체에 해롭다는 우려를 갖게 할 수 있는 내용의 광고를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식품 또는 그와 직접 연관된 제품의 안전성 또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이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그 위험을 미리 회피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정당한 선택의 권리에 속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에 비추어, 어떠한 식품이나 그와 직접 연관된 제품의 인체 유해성에 관하여 어느 정도 객관적 근거를 갖춘 우려가 제기되어 현실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면, 그 유해성이나 유해 수준이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경쟁 제품이 갖고 있는 위와 같은 유해의 가능성 또는 위험을 언급하거나 지적하는 내용의 광고에 대하여 함부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비방광고로서 금지하여야 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이상 몇몇 사례를 통해서 본 것처럼, 제품의 성능이나 효능, 품질, 가격 등 소비자가 구매선택을 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에 대하여 표시·광고를 함에 있어서는 그로 인하여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사실과 다르게 인식하거나 또는 그러한 인상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표시광고법 제5조에서는 사업자는 자기가 한 표시·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는 실증(實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한다.
*변호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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