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말고사가 끝나면 꽤 많은 양의 메일을 받는다. 대체로 채점이 잘못된 것 같다거나, 점수 기입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성적은 예민한 문제라 몇 번씩 확인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메일을 보내는 학생들의 심정에 공감하며 친절히 답변하려고 노력한다. 고백하건대, 필자도 대학 시절 혹시나 점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C를 준 교수님을 찾아가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A+를 받은 학생이 자신이 잘한 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메일을 받은 것이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참 당돌한 친구구나 하며 넘겼는데, 이후 비슷한 내용으로 상담과 회신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있었다. 요지는 자기가 A+를 받은 ‘과정’ 혹은 이유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것이다.
알파벳이나 숫자로 표현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왜 내가 그 점수를 받게 됐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세대. 절차적 공정성과 과정에의 개입 혹은 납득을 원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가히 ‘피드백 세대’라고 부를 만하다.
소위 2000년 이후 태어난 Z세대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의 배경을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 Z세대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토론식 사고를 교육받은 세대다. 선생님의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의 교수법으로 자랐다는 뜻이다.
둘째,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세대라는 점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내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또 해당 강점은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를 원한다. 당장의 성공이 다음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도출된 과정을 알아야 다음의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짤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찾고 몰두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도 피드백은 중요하다.
사실 피드백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회신할 때마다 반성 아닌 반성을 했던 것 같다. 알파벳으로 표현되는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앞으로 강점을 더 키워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정성적인 피드백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우쳐 준 셈이기 때문이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좀 길게,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 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피드백 세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결과 중심이던 평가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사회 변화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피드백에 갈증을 느끼는 세대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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