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이 최고 68층으로 설계 변경해 재건축을 추진하면 같은 크기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조합원이 오히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초고층(49층) 재건축’ 방안을 검토 중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도 층수를 높이면 사업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높은 분담금을 우려한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초고층 재건축 사업 검토에 적극 나서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촌동 한강맨션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31일 총회를 열고 기존 35층 재건축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조합원이 초고층 재건축에 찬성하면 조합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인허가 신청 절차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주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초고층 재건축 계획 설명회를 열었다”며 “초고층 재건축으로 계획을 변경하면 공사 기간이 10개월 정도 늘어나는 등 비용 증가가 있지만, 사업 수익성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합이 계산한 초고층 재건 예상 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기존 전용면적 88㎡ 조합원이 비슷한 84㎡ 주택을 배정받을 경우 3억4255만원을 돌려받는다. 더 큰 97㎡가 배정되더라도 1억3304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127㎡를 받으면 4억1426만원, 184㎡는 11억6603만원을 내야 한다.
기존 121㎡ 조합원도 재건축 후 127㎡를 배정받아도 2억826만원을 돌려받는다. 재건축부담금과 이주비 이자 등을 따로 납부하더라도 상당수 조합원이 돈을 되돌려 받는 셈이다. 강남권에서 억대 추정 분담금이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른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49층 재건축안을 검토 중인 은마아파트도 층수를 높이면 사업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추진위에 따르면 일반분양가를 3.3㎡당 7100만원으로 낮추면서 예상 분담금이 소폭 상승했다. 기존 전용 84㎡ 소유 조합원이 같은 크기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1567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35층 재건축을 기준으로 한 예상금이다. 하지만 층수 상향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돈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초고층으로 재건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용적률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한 공공재건축 또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선택하는 이유다.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재건축 단지 대다수가 신통기획을 신청했고, 서초구 신반포7차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공공재건축을 선택했다.
다만 일부 단지는 초고층 추진 과정에서 높아진 용적률 때문에 진통을 겪기도 한다. 신반포7차는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추가 기부채납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주민 사이에서 “더는 기부채납을 늘릴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500%에 달하는 용적률을 적용받아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면 이른바 ‘닭장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종상향이 이뤄지면 그만큼 공공기여도 늘려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민은 불만을 갖고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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