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의 밑그림을 그린 전문가 그룹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보건 분야 전문가로 참석했던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권고문 발표 전에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회 측에서는 김 교수의 우려가 담긴 대안을 권고문에 병기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사임을 만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족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 참가한 전문가 12명 가운데 1명인 김 교수는 연구회 활동 막바지던 지난해 11월 연구회에서 사임했다. 연구회는 12월 12일 고용부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활동을 종료한 바 있다.
김 교수의 사임 소식은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었으나, 30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국회 토론회에서 김 교수가 근로시간 개편 방안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토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드러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통화에서 "11월 3주쯤 김 교수님이 연구회 사퇴의사를 표명했다"며 "주당 근로시간을 평균하는 방식은 특정 주에 예측하지 못한 집중노동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근로자의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권 관련 전문가의 의견과 대안제시가 필요하니 계속 역할을 요청했고, 권고문에 김 교수께서 생각하는 우려나 대안을 병기할테니 회의에 계속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지만 이후 회의에 참여하시지는 않았다"며 "저는 김 교수님의 의견을 계속 기다렸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연구회 논의 당시 김 교수가 더 이상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사실을 사후적으로 확인했으나,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바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회 관계자는 "연구회가 독립기관이고, 김 교수님도 명확하게 사직 의사를 고용부 측에는 밝히지 않은만큼 고용부는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회는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노동 개혁 과제인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논의한 뒤 정부에 권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가 그룹이다.
연구회가 발표한 개편안은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 월, 분기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이다. 월 단위 이상을 선택하는 경우 특정주에 연장근로를 집중하되, 다른 주에는 그만큼 연장근로 사용이 제한되는 구조다.
고용부는 연구회 권고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인 개편안을 이달 초 발표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1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하다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윤 대통령이 고용부에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 아래로 수정하라는 취지로 보완을 지시한 상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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