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광범위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에쓰오일의 야심찬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
철강도시 포항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소로의 대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두 사업 모두 대한민국 산업 역사를 바꾸는 대역사라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1973년 국내 최초로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낸 포스코가 50년이 지난 지금, 철강업계에서 ‘꿈의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 철광석과 수소가 만나면 탄소 대신 순수한 물이 발생해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선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면서 포스코는 물론 SSAB, 아르셀로미탈 등 국내외 유수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설비를 바탕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법 ‘하이렉스(HyREX)’를 개발 중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고로가 아닌 유동 환원로를 이용해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철로 환원시키고, 용융로에서 이를 녹여 쇳물을 만든다. 이때 환원제로 석탄뿐만 아니라 수소를 25%가량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수소를 일부 활용해 철을 생산하고 있었던 셈이다.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데모 플랜트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영국 프라이메탈스와 데모플랜트 설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국토교통부에 제철소 내 135만㎡ 규모의 수소환원제철부지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당장 데모플렌트를 통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수소환원제철 1기를 착공하기 위해서는 부지 조성 사업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지가 마련되면 포스코는 2031년 수소환원제철 1단계 설비를 착공해 2033년 연간 250만t의 쇳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2049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를 완성해 1000만t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포항철강산업단지에는 수십 년에 걸쳐 조성한 산업 인프라가 있고, 연관 산업체들이 포진해있어 수소환원제철 설비 입지로는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스웨덴 철강사 SSAB는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로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고, 독일 철강사 티센크루프는 정부 지원을 받아 뒤스부르크 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설비 부지 조성에 들어갔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기술 개발부터 설비 건설까지 차질 없이 ‘논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게 각계각층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는 20조원 규모 거대 프로젝트로 2050년까지 포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만 성공한다면 ‘제2의 영일만의 기적’도 기대할 수 있다.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50년 전 포스코는 포항에 종합제철소를 준공해 쇳물을 뽑아냈고, 그 쇳물은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됐다”며 “50년이 지난 지금, 포스코는 국내 최초 종합제철소를 넘어, 세계 최초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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