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은 뛰는데, 해운사 주가는 오히려 내려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임과 주가가 따로 움직이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30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발틱운임지수(BDI) 지수는 지난달 17일 538까지 하락한 후 지난 15일 1603까지 상승했다. 올해 최고치다. 최근 지수가 하락하면서 28일 1402까지 밀렸지만, 여전히 1400선을 웃돌아 바닥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BDI는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의 원자재를 나르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팬오션은 벌크선 사업을 주력으로 하기에 BDI에 민감하다. 지난해 팬오션이 운용한 선박 268척 가운데 233척이 벌크선이었다. 따라서 실적의 대부분도 벌크선에서 나온다. 작년 팬오션의 매출액과 영업익의 69%가 벌크선 부문에서 창출됐다. BDI가 오르면 팬오션의 실적이 개선돼 주가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팬오션의 주가는 BDI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1개월(2월 28일~3월 29일)간 팬오션의 주가는 12.2% 떨어졌다. 이 시기, 기관 투자자는 팬오션의 주식을 259억원어치 순매도해 하락세를 주도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BDI는 반등했지만, 양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팬오션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며 "최근 주가와 BDI가 따로 움직여 투자 판단이 어려웠지만, 시황이 안정된 만큼 2분기부턴 두 지수가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BDI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운임과 주가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는 시각도 있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BDI가 하락할 때, 팬오션 주가는 BDI 상승에 대한 전망으로 올랐기 때문에 주가가 조정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팬오션이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2월 BDI가 낮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팬오션의 1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보다 17.7% 줄어든 1조1858억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익 예상치는 1223억원으로 27.7% 감소한 수치다.
엄경아 연구원은 철광석 선물 가격에 주목했다. BDI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철광석 관련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철광석 수요가 늘어나면 BDI가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철광석 선물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회에 대한 실망감은 있지만 BDI가 다시 50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의 철광석 선물 가격은 1월에 비해 24% 올랐다.
팬오션은 벌크선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팬오션이 도입 예정인 선박 15척 가운데 11척이 LNG 운반선이었다. 이 가운데 1척은 이미 1월에 인도됐다. 연초 인도된 'NEW APEX'호는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GALP와 체결한 장기대선계약(TC)에 투입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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