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조금 불편한 자세로 잠들었을 뿐인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름은 생소하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구획증후군'의 이야기다.
구획증후군은 배우 문근영도 활동을 중단하게 했던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문근영은 2017년 오른쪽 팔의 통증을 호소하다 이 질환을 진단받고 네 차례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데일리 메일 등 외신에서 30대 여성이 구획증후근으로 수술을 받은 사연을 전해 주목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줄리아 앤더슨(36)은 2020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상태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이후 잠에서 깬 줄리아는 본인의 종아리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부어있음을 확인했다. 당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일어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진 줄리아는 구획증후군 진단받았다. 구획증후군이란 근육과 신경이 괴사하면서 팔과 다리 근육에서 출혈과 붓기가 발생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의료진은 밤새 줄리아의 다리가 눌리면서 혈류가 막혀 해당 질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구획증후군이 발생하면 심각한 통증과 함께 다리 감각이 무뎌지는데, 심하면 문제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다행히 다리를 절단하진 않았으나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다는 게 줄리아의 설명이다. 그는 "전기 충격받았을 때보다 수천 배 이상 따가운 느낌"이라며 "한밤중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줄리아는 왼쪽 종아리 근육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혈액 순환을 정상화했고,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기 위해 투석 치료를 받았다. 괴사한 허벅지 피부 일부를 종아리에 의식하기도 했다.
당시 5주간의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나, 그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전히 발이 저리고 걷는 데 어려움을 걷는 등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구획증후군은 왜 생기게 되는 걸까.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구획압력 상승의 원인은 △외부의 충격을 받아 근육 부종이 유발되는 경우 △석고 고정이나 스타킹 등 외부 압박을 받은 경우 △근막 안으로 혈액이 들어차는 경우 △외부에서 강한 압력으로 액체가 유입되는 경우 등이 있다.
구획의 압력이 정상인 경우에 생기는 구획증후군도 있는데, 보통 구획 안의 혈관 손상으로 피가 통하지 않는 경우들이 해당한다.
증상으로는 근육 일부분의 손상만으로 그쳐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구획 안의 모든 근육의 괴사가 될 정도가 되면 그 근육의 마비가 생긴다. 또, 피부나 피하 지방의 혈액 순환에 이상이 생겨 피부 결손이나 피부 괴사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구획증후군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부종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손상 부위를 조이는 석고 붕대, 솜 붕대 및 스타킹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압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손상된 팔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어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이 부종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구획 압력이 정상인 구획 증후군의 경우에는 심장 높이만큼 위치시키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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