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 숨 고르자 국내 기업 외화채 발행 봇물

입력 2023-03-30 15:40  

이 기사는 03월 30일 15: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사기업들도 외화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 및 유럽의 은행권 불안이 다소 완화된 시기에 외화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29일 3억2000만 호주달러 커버드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커버드본드란 기업이 중장기 자금 조달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주금공의 커버드본드에 ‘AAA’ 신용등급을 매겼다. 주금공이 호주 달러 표시 채권인 ‘캥거루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주금공은 3월 중순쯤 외화채 발행을 위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한 뒤 발행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최근 들어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인수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 완화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다시 조달에 나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금공은 4년물 유로화 커버드 본드 발행을 추진하는 등 조달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다른 공기업들도 외화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지난 29일 5억 달러 규모 외화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7일 열린 북빌딩(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총 1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결정했다. 3년물 5억5000만달러, 5년물 4억5000만달러 규모다.

공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사기업들도 외화채 시장을 찾고 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25억 달러 규모 외화채를 조달했다. 3년물 12억달러, 5년물 8억달러, 7년물 5억달러 규모다. BBB급 신용도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S&P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에 대해 각각 'Baa1', 'BBB+' 등급을 부여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북미 지역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부와 리스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 등이 달러화 발행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은행발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되면서 외화채 발행을 대기 중인 기업들이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VB가 새 주인을 찾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진정됐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 증권사 외화채 발행 담당자는 “추가적인 글로벌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에 외화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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