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0일 “특정 집단과 세력이 주도하는 허위정보 유포와 그에 기반한 선동, 폭력과 협박, 은밀하고 사기적인 지대추구 행위 등이 민주주의라는 공동체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무력화시킨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관련 가짜뉴스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지역회의에서 “공동체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는 것이 바로 부패”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틀차를 맞아 열린 이날 회의에서 한국은 부패 척결을 주제로 한 대면회의를 주관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해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체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개별 부패 행위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개별 부패 행위의 그 본질을 추출하면 바로 공동체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패의 구체적 유형으로는 ‘특정 집단과 세력이 주도하는 허위정보 유포와 그에 기반한 선동’ ‘폭력과 협박’ ‘은밀하고 사기적인 지대추구 행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면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것 일체가 바로 부패”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은밀하고 사기적인 지대추구 행위'라는 표현까지 써서 부패의 해악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정 정파를 떠나 정치·노동·교육·기업 등 사회 곳곳에 형성된 카르텔 구조와 결부된 부패를 언급하신 것”이라면서도 “특정 교섭단체의 특정한 몇 분이 떠오르긴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날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 모두발언에 이어 이날도 허위정보 등 ‘가짜뉴스’를 재차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민주노총 간첩단 등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괴물고기가 출현했다는 괴담을 유포하라고 지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사회적 반감을 최대한 증폭시켜라, 그것이 북한의 지령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방일 이틀째인 지난 17일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 참석해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부당한 역사 침략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전면전을 선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측 전문가 참여한 조사를 통해 국민 안전과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객관적 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들여오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방사능 밥상’과 같은 거짓뉴스로 북한과 맞장구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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