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1주일 앞둔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열린 창원NC파크를 찾았다. 부슬비가 내리고 쌀쌀해 야외에서 야구를 보기엔 다소 힘든 날씨에도 1·3루 응원석은 팬들로 가득 찼다. 각자 응원하는 선수들의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머리띠에 응원봉까지…. 평일 시범경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다. 전날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인지 관중석 팬들의 얼굴은 기대로 가득했다.
이날은 말 그대로 ‘시범용 경기’. 본격 개막 전 구단별로 전력을 파악할 수 있게 마련한 연습경기다. 단상 위 응원단도, 앰프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응원 구호도 없다. 하지만 두 구단 관중 속 누군가가 일어나 일일 응원단장으로 나섰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북을 꺼내더니 앰프를 대신해 구호 박자를 맞췄다. 응원가도 오직 목소리로만 불러야 했는데 자리에 앉은 각 구단 팬들은 서로 질세라 선수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NC 다이노스 주장 손아섭 선수가 타석에 등장하자 응원단장은 관중을 향해 특별한 주문을 했다. “여성들은 다이노스, 남성들은 오빠를 외치세요.” 이 구호에 맞춰 여성 관중이 “다이노스”를 외치면 남성 관중은 “오빠!”를 연호했다. 손아섭 선수의 오랜 별명이 단어 그대로 ‘오빠’라고. 원래는 반대로 만든 응원법이지만 이벤트성으로 성별을 바꿔 부른 버전이 지난해 다른 구단 팬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이날 어린 딸과 아들의 손을 잡고 구장을 찾은 아버지들이 ‘오빠’를 연호하자 긴장감 넘치던 경기장은 금세 웃음소리로 뒤덮였다.
롯데 자이언츠 7번 타자로 타석에 오른 선수 노진혁. 그가 등장하자 NC 응원석에서는 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를 겨루는 상대 팀 선수를 응원하다니 무슨 일인가. 그 속사정은 참 다정하다. 노진혁은 NC 창단부터 함께한 첫 선수로,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다. 그는 떠나며 NC 팬들을 향해 “내 첫사랑을 평생 간직하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과거의 팬들도 그를 첫사랑과 같이 간직했기에 다른 유니폼을 입었어도 여전히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이날 관중석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1루와 2루에서 모두 선수를 아웃시키는 환상적인 ‘더블플레이’엔 일어나서 박수치고 뛰기도 했다. 개막전을 앞둬서인지 선수들의 눈에도 투지가 엿보였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 몸을 날려 슬라이딩을 하는 건 기본, 아웃이 당연해 보이는 순간에도 이를 악물고 달렸다.
선수도 관중도 목이 터져라 열광하는 야구장을 처음 간다면 뭘 준비해야 할까. 유니폼에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은 어떻게 새기는지, 어디에 앉아야 ‘우리 팀’을 응원할 수 있는지 등 알아야 할 것이 많다.
한국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경기가 열리고, 각 구단은 다른 한 팀과 3연전을 치른다. 국내 10개 구단이 사용하는 경기장은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외 구장이다. 다른 스포츠 경기와는 달리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당일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관 전날 일기예보를 잘 봐야 한다.
보통 홈 팀이 1루에, 원정팀이 3루에 앉는 것이 원칙이다. 모르고 반대로 앉았다간 나만 다른 색깔 유니폼을 입고 눈총을 받는 아찔한 순간이 찾아온다. 하루에 해가 움직이는 각도를 계산해 홈구장 선수들과 관중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좌석을 배정한 것. 각도를 반대로 계산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광주 챔피언스필드만 좌석이 반대다. 응원의 열기를 몸소 체험하고 싶다면 ‘응원 지정석’으로 표시된 구역과 최대한 가까이 앉는 게 좋다.
창원=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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