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가 연내 자사주 2000억원어치 매입·소각 절차에 돌입한다. 2021년 SK텔레콤에서 분할 출범해 재상장한 후 주가가 40% 이상 빠지자 ‘주주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정기적으로 자사주 소각”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30일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는 10월께 SK쉴더스 지분 매각 대금 일부가 들어오면 자사주 2000억원어치 이상을 매입해 즉시 소각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스퀘어는 총 1조4146만7571주 중 9만3000주가 자사주다. 발행 주식의 0.07% 수준이다.
SK스퀘어는 지난달 자회사 SK쉴더스 지분 약 30%를 스웨덴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총 8646억원 중 4146억원을 현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SK쉴더스 사례와 같이 투자 수익을 거두는 거래가 발생할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가를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SK스퀘어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을 주주 환원에 쓰겠다고도 발표했다. ‘글로벌 스탠더드(기준)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을 표방한다는 설명이다. 이 재원도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인다. 작년 기준 SK스퀘어의 경상 배당수입은 약 3600억원이다.
“무차입 경영 중…신규 투자 부담 덜 해”
회사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1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박 부회장은 이날 SK스퀘어의 가치를 키우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SK스퀘어는 작년 결산 기준 무차입 경영 중으로 금리 인상기에도 신규 투자에 큰 부담이 없다”며 “2025년까지 투자 재원 약 3조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 재원은 포트폴리오 투자 성과, 배당금 수익, 레버리지 등을 활용한다.
신규 주요 투자처는 반도체 관련 부품·장비를 비롯한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 AI·웹3 등 미래 ICT플랫폼 등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선 해외 기업 투자를 시사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미국·일본 등 해외 반도체 관련 기업 등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익을 내면서 배당이 오르는 회사를 눈여겨 본다”고 했다. SK스퀘어는 글로벌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거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원스토어 IPO 재추진 않을 듯…티모비는 '가능성'
포트폴리오 자회사에 대해선 “집중 분야가 아닌 기업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일부 기업에 대해 지분 매각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부회장은 SK쉴더스에 대해선 “IPO를 하지 못했지만, IPO가 아닌 방법으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증명을 한 것”이라고 했다.
원스토어는 작년 불발된 IPO를 올해 재추진하진 않을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원스토어를 IPO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치있는 회사의 잠재력을 따져 계속 보유(홀드)하는 것도 투자 전략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유럽의 도이치텔레콤, 동남아시아 기업 등으로부터 (원스토어의) 비즈니스 모델 입질이 오고 있다”며 “이들 지역엔 빅테크 기업 외 자체적인 앱마켓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앱스토어로서 원스토어는 성장을 기대할 만 하다”며 “앱마켓에 대형 게임사를 유치하면 트래픽이 대량 들어오기 때문에 게임업계에 정통한 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말 전동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전 대표를 CEO로 영입했다. 엔씨소프트 초기 구성원 출신으로 스마일게이트 웨스트 CEO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성공적인 파이낸셜 스토리’ 유력 자회사로는 티맵모빌리티를 꼽았다. 박 부회장은 “티맵모빌리티는 IPO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는 회사”라며 “작년에도 2000억 투자 유치해서 성장 재원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박정호 부회장 “소통 적극 늘릴 것”
이날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선 주가 하락폭을 우려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일부 개인주주는 "주가는 반토막이 났는데 3년 지나면 본전은 찾을 수 있겠는가" 등을 질문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는 정말 잘 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경기 하락곡선에서 기회가 온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제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을 발굴해 반등하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주주들과 적극 소통을 강조했다. 영업보고와 질문 답변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번 주총은 1시간20분여 진행됐다. 박 부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 질문을 제기한 주주들 자리로 가서 인사와 함께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장을 만들겠다"고도 공언했다.
SK스퀘어가 주주 환원 정책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은 연간 재무제표가 완성되지 않아 환원책을 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SK스퀘어는 전일대비 3.29% 오른 주당 3만9300원에 장을 마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