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6개 그룹으로 분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홍콩 증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의 기업공개(IPO) 시장은 지난 2년간 이어진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 여파로 흔들리고 있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잇단 분할을 계기로 홍콩 증시에 훈풍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는 적절한 시기에 그룹별 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타자로는 알리바바 산하 물류업체인 차이냐오가 거론된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는 차이냐오가 이르면 연말을 목표로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PO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차이냐오의 기업가치는 200억달러(약 26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분사는 ‘빅테크 때리기’에 여념이 없던 중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도 2020년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한 뒤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알리바바 분사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 중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 전 회장은 이번 조직 개편안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분할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이런 내용을 중국 규제당국에 제시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규제기관과의 교감 아래 알리바바 분할안이 통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기조가 완화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알리바바의 행보를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의 자회사 두 곳도 홍콩 증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경쟁사인 알리바바가 분사 및 IPO 계획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소식을 발표했다. 징둥닷컴 자회사인 징둥부동산과 징둥산업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징둥닷컴이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 이상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텐센트, 바이두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거느린 중국 IT업체가 기업을 분할한 후 독립적인 IPO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과거 홍콩은 명실상부 최대 IPO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금융 정보제공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홍콩 IPO시장은 지난 14년 중 7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조달했다. 하지만 2021년 여름 무렵부터 중국 당국이 빅테크에 규제 폭탄을 던지면서 홍콩 IPO시장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IPO에 성공한 기업은 45개에 달한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127억달러(약 16조5140억원)로 전년 대비 71%나 감소했다.
홍콩은 금융 허브 지위를 재확립하기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지난달 31일부터 평가액이 최소 100억홍콩달러(약 1조6565억원)인 기업이 매출을 한 푼도 기록하지 못해도 IPO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기준선은 평가액 150억홍콩달러였다.
홍콩 투자은행(IB) 해통인터내셔날의 케네스 호쇼퐁 자본시장 책임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규정이 새롭게 완화되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벌써부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계 법무법인 클리포드찬스의 버지니아 리 파트너는 “인공지능(AI), 전기차, 클라우드컴퓨팅 등 핵심 기술 업체들이 홍콩 증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본토 기술기업들의 관심이 특히 높지만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혁신 기술 기업들도 홍콩 증시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中, 규제 완화 신호탄
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알리바바가 분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홍콩 증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6개 사업부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6개 그룹은 △타오바오·티몰(전자상거래) △클라우드인텔리전트(AI, 클라우드) △현지생활(배달 플랫폼) △차이냐오(스마트 물류) △글로벌디지털커머스그룹(B2B)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알리픽쳐스 등) 등이다. 이날 나온 조직 개편은 알리바바가 창립한 지 24년 만에 가장 큰 변화다.알리바바는 적절한 시기에 그룹별 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타자로는 알리바바 산하 물류업체인 차이냐오가 거론된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는 차이냐오가 이르면 연말을 목표로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PO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차이냐오의 기업가치는 200억달러(약 26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분사는 ‘빅테크 때리기’에 여념이 없던 중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도 2020년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한 뒤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알리바바 분사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 중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 전 회장은 이번 조직 개편안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분할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이런 내용을 중국 규제당국에 제시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규제기관과의 교감 아래 알리바바 분할안이 통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기조가 완화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알리바바의 행보를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의 자회사 두 곳도 홍콩 증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경쟁사인 알리바바가 분사 및 IPO 계획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소식을 발표했다. 징둥닷컴 자회사인 징둥부동산과 징둥산업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징둥닷컴이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 이상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텐센트, 바이두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거느린 중국 IT업체가 기업을 분할한 후 독립적인 IPO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홍콩 증시 수혜 누릴 듯
분할한 이들 기업은 홍콩 증시로 몰려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뉴욕증시는 미·중 갈등과 같은 정치적 이유로 불똥이 튀며 최악의 경우 상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반면 홍콩 증시는 언제든지 규제의 칼날을 빼들 수 있는 중국 본토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규제당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홍콩 증시의 장점은 개방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본토와 가까워 기업 관계자들의 걱정도 덜 수 있다”고 했다.과거 홍콩은 명실상부 최대 IPO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금융 정보제공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홍콩 IPO시장은 지난 14년 중 7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조달했다. 하지만 2021년 여름 무렵부터 중국 당국이 빅테크에 규제 폭탄을 던지면서 홍콩 IPO시장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IPO에 성공한 기업은 45개에 달한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127억달러(약 16조5140억원)로 전년 대비 71%나 감소했다.
홍콩은 금융 허브 지위를 재확립하기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지난달 31일부터 평가액이 최소 100억홍콩달러(약 1조6565억원)인 기업이 매출을 한 푼도 기록하지 못해도 IPO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기준선은 평가액 150억홍콩달러였다.
홍콩 투자은행(IB) 해통인터내셔날의 케네스 호쇼퐁 자본시장 책임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규정이 새롭게 완화되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벌써부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계 법무법인 클리포드찬스의 버지니아 리 파트너는 “인공지능(AI), 전기차, 클라우드컴퓨팅 등 핵심 기술 업체들이 홍콩 증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본토 기술기업들의 관심이 특히 높지만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혁신 기술 기업들도 홍콩 증시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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