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1개국의 독자 4000만 명 이상이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감동을 안긴다. 왜 이 책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하루하루 병세가 나빠지는 모리 슈워츠라는 저명한 사회학자가 들려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뼈에 사무치도록 옳으면서도 아름답고 귀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쓴 미치 앨봄은 에미상을 받은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다. 취재를 위해 세계를 다니며 바쁘게 살던 중 대학 은사인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미치는 1000㎞가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날아간다. 모리 교수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 닦으면 자랑스럽게 빛날 보석’으로 봐준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은 ‘신경을 녹여 몸에 밀납 같은 것이 쌓이게 하는 촛불 같은 병’이다. 다리에서 시작해 차츰 위로 올라와 똑바로 서지 못하다가 종국에는 목에 구멍을 뚫고 튜브로 호흡해야 한다. 루게릭병이 무서운 것은 ‘완벽하게 말짱한 정신이 무기력한 몸속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만난 제자 미치에게 모리 교수는 매주 화요일 찾아올 것을 부탁했고, 열네 번의 화요일을 함께 보낸 뒤 세상을 떠난다. 처음에는 미치가 들고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나중에는 유동식을 먹는 것도, 숨 쉬는 일도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스승의 가르침은 갈수록 감동을 더했다.
모리 교수는 ‘절망’이라는 말을 거부하며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같은 아포리즘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뒀다가 들려줬다.
모리 교수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특히 인생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로 ‘결혼’을 꼽았다.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모리 교수는 “가족이 없다면 사람들이 딛고 설 바탕이, 안전한 버팀대가 없겠지”라며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네”라고 충고했다.
미치가 “자식을 낳으면 하고 싶지 않은 어버이 노릇 때문에 삶이 얽매인다”고 하자 모리 교수는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라고 타일렀다. 그러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결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결혼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엄청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네”라고 말했다.
죽음이 속속 다가오는 가운데서도 모리 교수는 친구들을 만나고 방송 촬영도 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냈다. 모리 교수를 존경하는 수백 명의 제자가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과 스위스에서까지 찾아왔다.
미치와의 마지막 수업에서는 “복수심과 고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어 봤자 아무 소용없어. 자신을 용서하게.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고”라고 당부했다.
스스로 묘비명을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라고 정한 모리 교수는 1995년 11월 4일 평안히 눈을 감았고 자신이 미리 지정한 아름다운 정원에 잠들었다.
이 책을 만드는 것은 모리 슈워츠 교수의 생각이었고 미치 앨봄은 인세를 미리 받아 엄청난 치료비를 충당하게 했다.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담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으면 오늘 하루를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각오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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