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공원을 탈출해 서울 도심을 활보한 얼룩말 '세로'가 드디어 동물원 방사장에 나오기 시작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3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은 세로를 보러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동물원 측에 따르면 세로는 지난 29일부터 방사장에 나오기 시작해 동물원 '스타'가 됐다.
세로는 지난 23일 오후께 동물원에서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활보하다 붙잡혀 3시간여만에 돌아왔다.
현재 세로가 머무는 방사장 인근은 울타리 교체 공사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세로를 보기 위해 모인 관람객들은 건너편 데크에서 연신 세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세로를 직접 관람한 후기를 전하는 글과 사진이 여러 장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세로를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대학생 김모 씨(20)는 "동물원에 오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세로가 어제부터 나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면서도 "세로가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표정을 짓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동물원을 찾은 이들에 따르면 세로는 관람객 쪽을 멀뚱히 바라보거나, 느긋이 걸어 다니고, 바닥에 몸을 구르는 모습 등을 보였다고 한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처음 방사장 문을 열었을 때는 새 임시 울타리가 신기했는지 머뭇거렸는데 이내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며 "세로는 현재 잘 먹고 있으며, 예전 상태를 거의 회복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세로의 상태와 동물원의 대처 방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태규 수의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동물원에서는 그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하는 건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공원 측이 세로의 안정을 위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세로가) 탈출한 것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얼룩말은 무리생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을 대상이 꼭 필요하지만, 이 종의 사회적 구성은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린이대공원 측은 탈출 소동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상반기 예정했던 시설물 개·보수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울타리와 관람 데크 교체 공사는 내달 30일까지 마칠 계획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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