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을 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지난 3월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예매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까지 포함하면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무려 세 작품이나 들어가 있다. 올해 들어 일본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30%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콘텐츠 산업의 놀라운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주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역사(エンタメビジネス全史)>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지식재산권(IP) 선진국 일본의 탄생과 구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 나카야마 아츠오(中山 淳雄)가 썼다. 와세다 경영대학원 강사이면서 게임·애니메이션 제작 및 컨설팅 회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책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교과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영화, 음악, 출판, 만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게임, 그리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비즈니스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흥행 비결을 분석하면서 어떻게 일본이 해당 분야의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게 됐는지 알려준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어떤 환경에서 누구의 손에 의해 탄생했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는지, 그리고 콘텐츠 산업이 왜 최고의 미래 유망 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닌텐도, 포켓몬, 헬로키티, 디엔에이(DeNA), 데즈카 오사무, 코미케, 점프, 지브리, 귀멸의 칼날, 소니, 다카라즈카, 쇼치쿠, 카도카와, 신일본 프로레슬링, 버추얼유튜버…. 전 세계인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메이드 인 재팬’ IP 브랜드들이다.
일본에서 탄생한 IP는 만화, 출판, 게임,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넘나들고 서로 결합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겪고 있던 일본 경제를 ‘귀멸의 칼날’이 먹여 살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웰메이드 콘텐츠의 힘과 영향력은 그 위세를 더해가고 있다. 지금도 다양한 메이드 인 재팬 콘텐츠가 시리즈, 원소스멀티유즈(OSMU), 그리고 미디어믹스(Media Mix)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일본 내에서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방치된 서브컬처 영역이었다”고 지적하며 세계 시장에서 다시 일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에서만 연간 20조엔 규모로 성장한 이 산업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통해 다시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일본의 존재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홍순철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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