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된 전문 인력이 몇 년간 자리를 비우면 업무 공백으로 인한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일당백으로 일하는 중소기업에서 체감하는 타격은 더 크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긴 매한가지다. 권리라곤 하지만 눈치가 보이고, 암묵적으로 인사고과나 승진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 마음도 쓰라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신과 출산을 보류하거나 아예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정부에서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법·제도가 있어도 못 쓴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기관의 일·생활 균형 제도 도입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이용률은 공공기관 62.3%, 민간기업 14.1% 수준에 불과하다. 출산·육아 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오롯이 기관이나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제도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8일 발표된 저출산 대책에 ‘대체인력 지원’이 포함된 것은 반색할 일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2017년부터 출산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체인력이 해당 휴직자를 완벽히 대체할 순 없지만, 당장은 숨통이 트인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지원액이 적어 더 많은 기관, 기업에 혜택을 주지 못해 아쉬움이 크던 차였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직접 대체인력을 알선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기업과 개인의 부담을 경감한다면 제도 이용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신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인구 소멸 수준의 감소’에 들어섰으며, 몇 년 안에 인구 5000만 명이 붕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출산 여파가 잠재성장률 하락, 국민연금 부담 증가 등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체인력 제도의 활성화가 불러올 여성의 고용 안정이 출산율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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