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출산율과 성장률을 가장 낙관적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에서조차 국민연금 고갈 시간표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예컨대 출산율의 경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2050년 이후 1.4명을 유지한다는 가정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전환하는 시점은 2041년, 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이다.
기본 시나리오(2050년 이후 출산율 1.21명)와 비교할 때 적자전환 시점은 똑같고, 기금 고갈 시점만 1년 늦춰진다.
향후 70년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1%인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도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으로 기본 시나리오(연평균 성장률 0.7% 가정)보다 단 1년밖에 안 늦춰진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현재의 출생아가 국민연금 가입자가 되려면 최소 20~30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출산율 반등이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경제성장률 상승도 가입자가 많은 단기에는 보험료 수입을 늘리지만 수급자가 많은 장기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 출산율을 높여도, 성장률을 높여도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연금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크게 늦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적립배율 1배’는 연금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의 주요 공적연금도 이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혁을 미룰수록 후세대가 질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연금개혁에 대해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개혁 시점에선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5차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올해 10월 말까지 정부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낼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인기 없는’ 연금개혁안을 제대로 논의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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