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인연이 닿아서 다른 곳보다 조금 빨리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히트를 했습니다.”
충북 음성군 소재 세탁세제 전문업체 '에이치비글로벌' 양대열 대표는 최근 회사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쿠팡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 대표는 "20년간 사업을 하면서 지난 5년처럼 매출이 빠르게 뛴 적이 없다"며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던 것은 2019년부터 쿠팡 PB 브랜드인 '탐사'와 '줌 베이직' 등의 제품 납품을 시작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에이치비글로벌은 LG생활건강의 '테크', 헨켈의 '퍼실, 애경의 '스파크·리큐'(애경) 등 유명 브랜드 세탁세제를 제치고 쿠팡 세탁세제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쾌거다. 에이치비는 창립 20년만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5년 만에 200억원 고지를 밟았다.
쿠팡에서 발생한 매출만 보면 2019년 33억원에서 지난해 82억원으로 3년간 3배 가까이 뛰었다. 회사 전체 매출 중 45%가 쿠팡에서 발생하며 단일 업체로는 가장 비중이 크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을 뚫지 못해 성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쿠팡이 손을 내밀면서 순식간에 '퀀텀 점프'했다. 이를 발판으로 현재는 다른 유통 채널로도 확장해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양 대표는 '아예 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은 어떠냐'는 주변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6년 하반기부터 아예 제조공장을 차리고 자체 브랜드인 '컨센서스'와 '엔블리스'를 만들었다.
쿠팡과 협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 말이다. 쿠팡의 PB 자회사인 CPLB가 에이치비 자체 브랜드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 사서 먼저 계약을 제안했다. 그 결과 '탐사', '줌 베이직' 브랜드 세탁세제가 탄생했다.
양 대표는 "대형마트 등 대기업 오프라인 채널에서 입점을 거절당하고 성장의 한계를 실감하던 상황에서, 쿠팡이 내밀어준 손길 덕분에 성장의 물꼬가 트였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는 매대 크기의 한계가 있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은 입점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매출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쿠팡의 제안이 들어왔다.
다행히 쿠팡에 입점하자마자 판매량과 매출이 빠르게 늘었다. 인지도 높은 대기업 제품을 제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성비가 한몫했다.
대기업 제품에 녹아있는 마케팅, 고정비, 해외 수입 포장재 등 '가격 거품'을 쫙 빼고 철저히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전략이 통했다. 쿠팡 탐사 세제 10ℓ는 9900원인데 글로벌 기업 H사 제품은 3ℓ에 9000원으로 비슷한 가격에 3배 넘는 양을 살 수 있다.
품질 제고를 위해 제품개발 연구소도 자체 운영하고 있다. 매년 회사 매출 3.5%를 연구개발에 쓰고 있다. 양 대표는 국내외 경쟁사 제품을 일일이 구해 분석해 보면서 자사 제품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에이치비가 만든 PB 세제는 '국민 가성비 세제'라는 평가받으며 칭찬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에서만 한 달 40만~50만개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쿠팡에서 성공을 거두며 회사도 꾸준히 확장 추세다. 에이치비 직원 수는 쿠팡 입점 전 30여명에서 현재 70여명으로 늘었다. 공장은 기존 267평에서 현재 1~3공장(6800평)을 증축하며 공장 사이즈만 20배 확장했다.
쿠팡 납품 업체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다른 대형마트나 홈쇼핑 패션업체 등에서도 납품 문의가 몰려드는 '선순환' 구조까지 정착했다. 에이비치는 국내를 넘어 중국, 베트남, 몽골, 러시아 등 해외 10개국에 자사 브랜드 제품을 수출까지 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바이어 10여곳과 거래를 텄다.
양 대표는 올해 쿠팡과의 거래액을 100억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그는 "쿠팡과 4년 이상 거래하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빠른 성장을 이뤘다"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성공을 발판 삼아 수출 시장에서 에이치비글로벌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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