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투자 황금창 열렸다…한중일 내수기업에 기회 있어"

입력 2023-04-02 17:55   수정 2023-04-03 00:55

“동북아 지역에서 내수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도 수출보다는 내수 진작의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선 기술력이 있는 헬스케어, 특히 실버산업이 주목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60·사진)은 2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LP)에 이런 내용을 담은 ‘2023 연례서한’을 보냈다. 그가 매년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국내외 100여 개 기관에 보내는 연례서한은 동북아 인수합병(M&A)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회장은 시장 여건이 불투명한 요즘을 ‘투자의 황금창’이 열린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MBK의 투자 전략은 내수 기업에 맞춰져 있다”며 “내수 기업은 동북아 지역에서 성장성이 가장 빠른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헬스케어, 특히 실버산업 투자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BK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차원에서 기술이 동반된 헬스케어 기업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동북아 지역의 거시경제학적 펀더멘털은 탄탄하고 확실하다”며 “MBK파트너스는 거시적인 안목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시장의 특징과 흐름을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최근 소비재와 내수기업 투자에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 치과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 중국에서는 최대 렌터카 기업 선저우주처(CAR Inc), 2위 렌터카 기업 이하이(eHi), 테마파크 관련 기업 하이허난, 일본에선 노인 돌봄 서비스 기업 쓰쿠이, 노인 의료 서비스 기업 유니매트 등에 투자했다.

한국만 놓고 보면 MBK는 최근 6개월 내 한국에서 성사된 최대 규모 거래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메디트(약 2조42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최대 2조2000억원), 넥스플렉스(약 5300억원) 세 건이다. 이 세 건만 합쳐도 40억달러 수준으로 작년 투자 규모를 넘어선다. 2005년 설립 후 가장 활발한 투자다.

김 회장은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는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수직적 결합을 추구하는 구조적 투자였다”며 “매출 강화는 물론 비용 절감 차원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디트는 첫 논의로부터 1년 후에 우리 조건에 부합해 인수할 기회가 찾아왔다”며 “PE업계에서 인내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동북아 3개국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더 이상 수출 위주의 세계 경제 엔진이 아니라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며 “2010년부터 중국의 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한 반면 수출의 기여도는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수출보다는 내수 진작을 통한 성장 정책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연례서한에선 펀드별 투자 수익률도 공개됐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6개(블라인드 2~5호, 스페셜시츄에이션(SS) 1~2호) 펀드는 투자금 대비 1.8배의 수익률(IRR 21.7%)을 기록했다. 최근 청산한 2호 펀드는 투자금 대비 2.9배에 이르는 차익(IRR 26.0%)을 거뒀다. 가장 최근 결성한 5호 펀드는 투자금 대비 1.2배(IRR 17.8%), SS 2호는 1.2배(23.8%)를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의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됐거나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요새와 같은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었기에 코로나19라는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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