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는 배터리를 뜯어내 음극, 양극, 분리막, 전해액을 분석했다. 일본업체를 끈질기게 설득해 소니, 마쓰시타 등에 납품되는 장비들도 알아냈다. 장비 테스트를 위해 국내에서 3000개의 전극을 만들어 일본으로 공수했다. 연구원들이 3주간 3교대로 투입됐다. 이때를 ‘3천 교육대’ 시절이라고 부른다. 1997년 11월 시험공장에서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 용량(1800mAh), 최경량(150Wh/㎏) 배터리였다. 1999년 1월엔 국내 최초로 양산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0년대 들어 전기차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삼성SDI, SK온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앞서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은 크게 달랐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회사는 초과이익을 공유해야 하고 중국 사업에 제약도 감수해야 한다. 최근에는 회사 기밀자료까지 제출하도록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지원법인지 희망고문법인지 헷갈릴 정도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이자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린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해 2030년 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SNE리서치). 정부는 지난달 배터리를 포함한 6대 핵심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도체에 비해 배터리 인력 양성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광물 등 공급망 관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판 IRA법도 필요하다. 정부도 이제는 입(규제)은 닫고 지갑(지원)은 열 때다. 초격차 유지만이 한국 배터리 업계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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