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실은 지금 에듀테크 혁명"…삼성도 구글도 뛰어들었다

입력 2023-04-02 17:44   수정 2023-04-03 00:36


세계의 교실에선 지금 ‘교육혁명’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은 학교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교사는 메타버스에서 지구 반대편의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수업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의 학업수준을 스스로 파악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전시회 ‘베트(BETT)쇼 2023’에서는 급성장하는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졌다. 교육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레노버, 엡손 등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나 볼 수 있던 기업까지 대거 참여해 신기술을 선보였다.
로봇 작동시키는 전자칠판
미국에 있는 과학교사가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하자 인도와 싱가포르에 있는 학생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난다. 학생들은 로켓의 작동원리를 배운 뒤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를 활용해 가상세계에서 로켓을 발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베트쇼에서 선보인 미래교실의 모습이다. 마크 스파벨 마이크로소프트 디렉터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게임을 이용해 코딩은 물론 화학 수업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신개념 안드로이드 기반 전자칠판을 선보인 삼성전자 부스도 각국에서 온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교사가 전자칠판에 직접 작성한 글, 사진, 동영상 등을 띄우자 학생들의 태블릿PC에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칠판에 코드를 입력하자 로봇이 명령어에 따라 움직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여러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방문해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올해 베트쇼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생성형 AI ‘챗GPT’였다. 아랍에미리트(UAE) 교육업체 알레프에듀는 챗GPT를 활용해 정답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국의 라이트스피드시스템은 AI를 이용해 학생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학생이 검색창에 자살, 폭력과 관련한 단어를 입력하면 위험을 감지해 지역 경찰과 학교에 알림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서 고객사를 만났을 때 챗GPT 얘기를 안 하는 곳이 없었다”며 “교육시장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지만 다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이 교육혁명 주인공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에서 600여 개 이상의 에듀테크 기업이 참여했다. 국내에선 비상교육 웅진씽크빅 아이스크림미디어 럭스로보 큐브로이드 등 8개사가 단독으로 참가했다. 글로브포인트 다비다 로보메이션 로보티스 뤼이드 아이포트폴리오 유비온 등 13개 에듀테크 기업은 코트라 과학기기협동조합 정보통신진흥원이 마련한 한국 공동관에서 다양한 교육용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올해 행사에서 스페인 바이어에게 코딩로봇 ‘뚜루뚜루’ 3000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웅진씽크빅은 AI 활용 연산학습솔루션 ‘매쓰피드’를 선보였다. 덴마크 인도 필리핀 등의 바이어가 부스를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만 1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영국교육기자재협회(BESA) 관계자에 따르면 각국의 교사 등 교육종사자 약 4만 명이 이번 전시회를 관람했다. 행사장 곳곳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방법을 알려주는 콘퍼런스, 소규모 세미나, 워크숍 등이 다양하게 열렸다. 교사들이 직접 신기술을 체험해보고 교육적 활용 방안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교육을 산업의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한국도 민관 차원에서 교육시장의 큰 흐름을 놓쳐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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