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마추픽추로 유명한 중남미 국가 페루에 K808 차륜형장갑차(사진)를 수출한다. 한국 장갑차를 중남미에 판매하는 첫 사례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작년 11월 페루 정부의 차륜형장갑차 수출사업자로 선정됐다. 현대로템은 페루 정부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개조 차량을 납품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작성 중이다. 수출 제품의 스펙은 최근 열린 ‘제4차 국가연구개발 투자혁신 콜로키엄’에서 공개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1차 제안요청서(RFP)를 작년 10월 제출해 적격예비후보에 선정됐으며 현재 세부 기술사양을 담은 2차 입찰제안서 공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808 차륜형장갑차는 8개의 바퀴가 달린 보병 수송용 차량으로 한국 육군에서 운용하던 일명 ‘육공트럭(K511A1)’을 대체하는 제품이다. 수출 물량과 대당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과거 현대로템의 방위사업청 계약금액과 K808 육군 납품 추정 대수, 사업보고서 등을 참고했을 때 페루 수출 물량은 최대 99대, 계약금액은 2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작년 매출 대비 약 8%의 계약 규모다.
K808에는 현대자동차의 덤프트럭 등 대형 차량에 사용되는 D6HA 엔진이 탑재된다. ‘남미의 지붕’으로 불리는 페루의 특성을 감안해 험준한 산악지형에 알맞은 엔진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8개의 바퀴는 독립 구동해 경사지 등반과 험로 주파에 유리하다. 40㎝ 높이의 장애물을 넘고 1.5m 깊이의 참호를 돌파할 수 있다. 수상 주행이 가능한 워터제트가 장착돼 얕은 강을 손쉽게 도하할 수 있다. 공기압 자동조절 장치(CTIS)가 적용된 전술 타이어는 바퀴 피격 시에도 시속 48㎞ 이상의 속도를 보장한다.
기본 무장은 K-6 기관총 또는 K-4 고속유탄발사기다. 페루 정부는 여기에 추가해 현대위아에서 개발한 RCWS(원격무장장치) 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RCWS는 사수가 방호 공간에서 외부에 설치된 기관총을 원격 운용해 교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이다.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정도에만 설치돼 있다. 피탄 보호는 물론 화생방 상황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는 최대 2.5㎞ 떨어진 물체 50개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의 전통적인 강점인 짧은 납기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첨단 기술까지 갖춘 제품”이라며 “페루 수출이 확정되면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추가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국내 방산업체에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 방산기업 수출액은 170억달러(약 22조원)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70억달러)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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