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는 건반 연주자와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영화음악가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마지막 황제’ OST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상 작곡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와 그래미도 석권했다.
한국인에게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OST)와 ‘레인’(‘마지막 황제’ OST)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 영화 ‘남한산성’과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등에 쓰인 음악도 그의 손을 거쳤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초등학생 때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다. 도쿄예술대 작곡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8년 그룹 옐로매직오케스트라의 멤버로 데뷔했다.
사카모토는 2020년 6월 직장암을 선고받고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2014년 인두암 판정을 받은 뒤 완치 사실을 알렸으나 직장과 간으로 암이 전이됐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영화 ‘베킷’과 ‘미나마타’ 등의 음악 작업을 맡았고, 올초 정규 솔로 앨범 ‘12’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는 2년 만에 비대면 공연을 열기도 했다. 그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스튜디오로 꼽는 NHK509 스튜디오에서 사전에 몇 곡씩 연주한 것을 하나로 모아 공연했다. 건강 악화 탓에 실제 콘서트처럼 연주할 수 없어서다.
사카모토는 지난해 투병 중 쓴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경애하는 바흐나 드뷔시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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