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2일 15: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내수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도 수출보단 내수 진작의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선 기술력이 있는 헬스케어, 특히 실버 산업이 주목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60·사진)은 2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LP)에 보낸 2023 연례서한에서 "MBK파트너스의 투자 전략은 내수 기업들에 맞춰져 있다"면서 그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지나고 올해 들어 시장이 안정화되고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내수 시장에 투자 기회가 열려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매년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100여 개 기관투자가에 연례 서한은 동북아 M&A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회장은 시장 여건이 불투명한 요즘을 ‘투자의 황금창’이 열린 시기라고 표현했다. 작년 연례서한에선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등으로 지금 세계는 수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투자 기회가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밝히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올해는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동북아 지역의 투자 환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의 거시경제학적 펀더멘탈은 탄탄하고 확실하다"며 "MBK파트너스는 거시적인 안목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시장의 특징과 흐름을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규모나 수치적 성장만 중요한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질적으로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소비재, 내수 기업 투자에 맞춰져 있다. 국내에서는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 치과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 중국에서는 최대 렌터카 기업 선저우주처(CAR Inc), 2위 렌터카 기업 이하이(eHi), 테마파크 관련 기업 하이허난(Haihean), 일본에선 노인 돌봄 서비스 기업 츠쿠이, 노인 의료 서비스 기업 유니매트 등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내수 기업에 투자한 것은 동북아 지역에서 성장성이 가장 빠른 분야기 때문”이라며 “특히 일본과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매트, 오스템임플란트 같이 헬스케어, 특히 실버산업에 대한 투자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MBK파트너스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차원에서 기술이 동반된 헬스케어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동북아 3개국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김 회장은 “중국은 더 이상 수출 위주의 세계 경제 엔진이 아니고 거대한 내수 시장”이라며 “2010년부터 중국의 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한 반면 수출의 기여도는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수출보다는 내수 진작을 통한 성장 정책을 주도하고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역시 내수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중국의 중산층이 늘어날수록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의 성장성도 높아질 것”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며,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장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와 함께 신규 투자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65억달러 규모로 2021년 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지난해 약 5조700억원 규모(39억 달러) 투자를 집행했다. 역대 최대로 투자를 집행했던 2021년 5조2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투자금 회수 측면에선 약 3조7700억원(29억 달러)을 회수했다. 지난해 초 동진·경진섬유(약 8000억), 코리아센터·다나와(약 6000억) 거래를 성사시켰다. 스페셜시츄에이션(SS) 부분에선 메가존클라우드에 2500억원을 베팅했다. 일본, 중국 지역 내 투자 규모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올해 활동은 독보적이다. MBK파트너스는 6개월 내 한국에서 성사된 최대 규모 거래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메디트(약 2조42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최대 2조2000억원), 넥스플렉스(약 5300억원) 세 건이다. 이 세건만 합쳐도 40억달러 수준으로 작년 투자 규모를 넘어선다. 2005년 설립 이후 가장 활발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 글로벌 IB 한국 대표는 "금리가 올라 인수금융이 어려워지고 실탄이 부족한 시점에 MBK파트너스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면서 "PEF 2위권과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수직적 결합을 추구하는 구조적 투자였다”며 “매출 강화는 물론 비용절감 차원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디트는 첫 논의로부터 1년 후에 우리의 조건에 부합해서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며 "PE업계에서 인내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례서한에선 각 펀드별 투자 수익률도 공개됐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6개(블라인드 2~5호, 스페셜시츄에이션(SS) 1~2호)펀드는 투자금 대비 1.8배의 수익률(IRR 21.7%)을 기록했다. 최근 청산한 2호 펀드는 투자금 대비 2.9배에 이르는 차익(IRR 26.0%)을 거뒀다. 성과보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준 수익률이 IRR 8%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결성한 5호 펀드의 경우 투자금 대비 1.2배(IRR 17.8%), SS 2호의 경우 1.2배 (23.8%)를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의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코로나로부터 회복됐거나, 회복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내수 위주의 글로벌 경기 부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격경쟁력이 우수하고 유기적인 성장을 이루는 ‘요새와 같은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었기에 코로나19라는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연례서한 전문은 마켓인사이트 유료 사이트(marketinsight.hankyung.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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