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랠리를 펼친 2차전지 업종의 질주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단기 급등으로 조정 우려가 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의 세부 지침이 공개된 가운데 이에 따른 수혜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특히 2차전지 소재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을 내놨다.
3일 오전 9시 36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모신소재는 전장 대비 2만3500원(15.27%) 오른 17만7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도 4%가량 상승하고 있다. 모두 2차전지 소재주로 분류되는 업체들이다. 코스닥 시장에선 엘엔에프(7.81%), 에코프로비엠(2%) 등이 강세를 띠고 있다.
그간 2차전지 시장 내 관심은 양·음극활물질을 비롯한 소재가 핵심광물이냐,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되냐는 것이었다. 이중 양·음극활물질이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광물로 분류되면서 중국, 인도네시아 등 비(非)FTA 체결국 국가에서 수입한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만' 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양·음극활물질 업체의 경우 추가 투자 없이 현재 공급망을 유지한 채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진 셈이다. 배터리 부품에 속했다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해 소재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양극재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봤다. 해외 투자비 감소로 양극재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돼서다. SK증권에 따르면 미국 진출 시 투자금액은 한국 대비 2~3배 더 필요하다. 핵심광물 비중을 충족해야 하지만 중국산 비중은 낮춰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론 추출·가공 단계에서부터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한국산 양극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핵심광물의 경우 2025년부터 '우려 국가'에서 조달하지 못하도록 한 만큼 이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이 '우려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급등으로 주가 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포스코케미칼은 51%, 코스모신소재는 197%, 엘앤에프는 81%, 에코프로비엠은 144% 대폭 올랐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이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시장에서는 주가 조정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면서도 "이번 IRA 시행령을 통해 국내 업체들에 대한 수혜가 확인된 만큼 긍정적 기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빠른 주가 상승으로 단기 주가 조정 가능성은 있으나, 대표적인 성장 산업이고 코스피, 코스닥 상위 시가총액 섹터이기 때문에 조정 기간 길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IRA 세부 법안에서 양극활물질이 핵심 광물로 포함되며 양극재 기업들의 지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물론 IRA와 관련해 우려 요인도 있다. 이번 IRA 세부 규정에는 미국과 새로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나라도 IRA 상 FTA 국가로 포함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에도 한국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겠단 취지.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EU 등 비FTA 국가 배터리 업체들이 우리 업체들과 동일한 경쟁을 하게 됐다는 점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리튬, 니켈 등의 자원 보유국들이 단순 광물 채취를 지양하고 가공까지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준수 연구원은 "'우려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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