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진이 반도체에 들어가는 실리콘 웨이퍼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2차전지 음극으로 써서 100회 이상 충·방전에 성공했다. 연구 결과가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교수와 나익천 박사과정 연구원은 3일 실리콘 웨이퍼를 전고체 배터리 전극으로 구현해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전고체 전지는 현재 2차전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미래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 등 상용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2차전지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화재 및 폭발 위험이 있다. 최근 증시를 달구고 있는 에코프로 계열사,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은 모두 리튬이온 2차전지 소재(양극재·음극재 등) 업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완성차 배터리 제조업체도 리튬 2차전지가 주력이다.
반면 전고체 전지는 휘발성 액체전해질 대신 불연성 고체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 및 화재 위험이 없다. 에너지 밀도도 리튬이온 2차전지보다 높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흑연을 음극으로 쓴다. 반면 전고체 전지는 분말 형태의 실리콘 입자를 음극으로 사용한다. 이런 분말 전극은 입자 간 공극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전극 안에서 리튬 이동이 잘 막힌다는 뜻이다. 이는 배터리 열화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전고체 전지 상용화가 더딘 이유 중 하나다.
임 교수 연구팀은 실리콘 분말 전극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를 전고체 전지 음극으로 써 배터리 셀 단위면적 1㎠당 10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을 달성했다.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 1㎠ 당 3~4mAh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웨이퍼를 습식 식각해 표면 거칠기를 조절하면서 웨이퍼와 고체 전해질간 접촉면을 강화한 것이 비결이다. 연구팀은 상온에서 100회 이상 안정적인 충·방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여태까지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100% 실리콘만을 전고체 배터리 음극으로 실현한 최초의 연구"라며 "반도체와 태양전지를 넘어 웨이퍼를 배터리에서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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