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3일 14: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신종자본증권(AT1) 상각 사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푸본현대생명이 공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선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보험(A+/A0)은 오는 18일 수요예측을 통해 700억원의 공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금리는 6.5~7.0% 고정 금리로 설정할 계획이다. 만기는 10년이며 5년 콜옵션(조기상환) 조항이 포함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400억원까지 증액을 할 수 있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다.
CS 사태 이후로 국내 공모 자본성증권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IBK연금보험은 지난달 30일 2000억원 규모의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하나생명보험은 지난달 31일 18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CS의 AT1 전액 상각 사태 이후 한국에서도 코코본드 발행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CS가 UBS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170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코코본드가 전액 상각된 바 있다. 주식보다 채권이 먼저 상각되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늘었다. 코코본드란 채권으로 분류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 회사가 위기에 처하면 이자 지급이 중단되거나 전액 상각 처리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상각 조건이 붙지 않아 일반적인 코코본드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더군다나 이번 발행 채권은 후순위채로 신종자본증권보다 변제 순위가 앞선다. 하지만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모두 자본성증권으로 묶이면서 투자심리가 함께 얼어붙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발행을 담당하는 증권사들은 대주주의 자본 확충 의지를 투자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보험은 3925억원의 푸본현대생명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청약 일정과 대주주 필요 절차 등을 거쳐 오는 3분기 말 유상증자를 완료할 예정이다. 증자 이후 푸본현대생명보험의 자본금이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속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한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기일이 올해 대거 도래한다. 통상 신종자본증권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사들은 첫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보통 발행 후 5년)에 조기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 도래액은 올해 2분기 2조1132억원에 달한다. 올해 전체 만기 금액(4조371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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