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진 자리에 초록색 이파리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지만,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핀 벚꽃은 언제나 절정이다. 심영철(66) 작가의 개인전 ‘댄싱 가든(Dancing Garden)’에 나와 있는 설치 작품 덕분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 인사동 선화랑 1∼4층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설치미술, 조각, 조명, 미디어아트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을 내놨다. 작품을 팔아야 생존할 수 있는 화랑 입장에서,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장르의 전시를 대규모로 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 회화와 달리 판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평소 수장고로 쓰던 4층을 전시장으로 개조하는 등 야심 차게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1층 ‘꽃비 정원’에서는 천장에 매달린 벚꽃 모양의 조형 작품들과 함께 사방에서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증강현실(AR) 장치를 통해 꽃으로 된 옷을 입고 벚꽃 관을 쓴 자기 모습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심 작가는 “현실과 꿈이 함께하는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2층 ‘흙의 정원’에서는 고려청자처럼 생긴 거대한 조각을, 3층에서는 커다란 수조 위에 설치한 3개의 연꽃 모양 금속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4층 ‘하늘정원’에서는 천장에서 내려온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들이 서로 입맞춤하는 형상을 연출한다. 이 모든 공간에서 작가가 작품 테마에 맞춰 제작한 음악이 흐른다. 거문고 뜯는 소리, 물방울 소리, 금속 소리 등이 어우러져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심 작가는 “관객이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미디어를 활용한 '가든' 연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40여년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확장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수원대 미대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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