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의 지주사인 DB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집하면서 DB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DB는 3일 15.73% 급등한 1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KCGI가 DB하이텍 2대 주주(7.05%)로 올라섰다고 발표한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 연속 급등세다. 이 기간 DB 주가 상승률은 39.48%로 DB하이텍(20.06%)을 웃돌았다. KCGI의 등장으로 DB그룹 경영권 분쟁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DB그룹 경영권을 놓고 김남호 회장과 그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 사이에 분쟁 조짐을 감지해왔다. 김 회장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은 부친과 연합 전선을 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 창업회장의 성추문 사건 이후 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작년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김 창업회장이 DB 지분을 11.61%에서 15.91%로 늘렸다. 김 부회장 지분(9.87%)을 합치면 부녀 지분(25.78%)이 김 회장(16.83%)을 웃돈다. DB하이텍 지배구조도 취약하다. 최대주주인 DB 지분이 12.42%에 불과하다. 김 회장 지분은 없는 반면 김 창업회장(3.61%)과 김 부회장(0.39%)은 개인 지분을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 KCGI가 DB하이텍 2대 주주에 오르면서 분쟁에 변수가 생겼다. 과거 한진칼 사례처럼 가족 분쟁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DB그룹 가족 분쟁이 복잡하게 흐를수록 KCGI는 ‘꽃놀이패’를 쥐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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