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한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권이 비(非)이자수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대 은행의 지분법 순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법은 투자 자산을 원가로 인식하고, 이후 발생한 피투자 기업의 순자산 변동액 중 투자자 몫을 더하거나 빼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계 은행과 인터넷은행 등 은행업에 투자한 곳은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정보기술(IT)·보험 기업에 투자한 은행은 저조한 실적을 냈다.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곳은 하나은행(1890억1300만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투자 수익이 1607억2400만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2019년 BIDV의 지분 15%를 사들이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BIDV는 지난해 1조71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BIDV 지분 투자가 성공하면서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베트남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BIDV 증권 지분 35%를 인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BIDV는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자본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결성한 ‘컴퍼니케이스타트업윈윈펀드’ 수익도 같은 기간 1억1500만원에서 42억7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지분 투자를 통해 전년 대비 23% 늘어난 736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롯데카드 순이익이 58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이 지분 12.6%를 보유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118억54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 이후 줄곧 순손실을 냈지만 2021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작년엔 910억59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경기 침체로 테크기업 시장이 부진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단기간 수익보다 기술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흑자폭이 전년보다 12.1% 줄어든 223억400만원에 그쳤다.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순손실이 17억7600만원으로 2021년(-6억6000만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투자조합’ 순이익도 같은 기간 108억6900만원에서 19억800만원으로 줄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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