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洑) 개방에 호남 가뭄 극심, 환경 원리주의 폐해 돌아봐야 [사설]

입력 2023-04-03 17:43   수정 2023-04-04 06:58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4대강 보(洑) 해체와 개방 결정이 1년 넘게 지속돼 온 호남권 가뭄 피해를 더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금강·영산강에 있는 5개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손실된 물의 양이 5280만t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초 금강의 세종보·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를,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의 승촌보는 상시 개방을 결정했다. 다만 주민들이 보 해체에 격렬히 반대해 허물지는 못하고 완전 개방을 선택해 최저 수위만 유지했다. 이로 인해 영산강은 광주 시민이 40일간 사용할 수 있는 1560만t을, 금강은 3720만t을 흘려보냈다. 평소 수위를 유지해 이 물만 잘 가둬뒀어도 가뭄 해갈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50년 만의 최악 가뭄’을 예보하면서도 보 수문을 닫지 않았다. 가뭄 피해가 커지면서 농민들이 수문을 닫아달라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음에도 외면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마다 양수기를 설치해 세금만 낭비했다. 환경 원리주의가 낳은 보 해체·개방의 대가가 이런 극심한 가뭄 피해를 불러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환경단체의 ‘4대강 재(再)자연화’ 명분을 받아들여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지난해 환경부 감사에선 문재인 정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수질평가 지표 왜곡 등을 통해 해체를 끼워 맞추기식으로 결정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조사·평가위 결정권을 가진 기획위원회도, 이를 감독하는 전문위원회도 4대강 보 반대론자로만 채우고 공론화도 안 거쳤으니 보 문을 열지 말라는 농민들의 절절한 호소가 반영될 리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인적, 경제적 피해가 급감한 사실은 여러 통계로 확인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비과학적 방식까지 동원해 보를 해체하자고 억지를 부렸다. 기후변화 여파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4대강 보 해체·상시 개방 백지화는 시급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어제 4대강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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