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역대급 질주…파격 할인 통했다

입력 2023-04-03 17:48   수정 2023-04-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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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지난 1분기에 차량 42만여 대를 고객에게 인도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전기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던 1월 전격적으로 차량 가격을 내리며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결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인도·생산 대수가 늘어난 시장 기대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웠다는 평이 일각에서 나왔다.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성 훼손 정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공격적 가격 인하 전략 적중
테슬라는 1분기에 세계 차량 인도 대수가 42만28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직전 분기(작년 4분기)보다 4% 증가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테슬라의 분기 인도 대수 기준으로 역대 최다다.

테슬라가 1분기에 역대 최대 인도량을 기록한 것은 가격 인하 때문이라는 평가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낮췄고, 올초에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모델 대부분의 가격을 두 차례 인하했다. 일부 모델의 경우 인하 폭이 20%에 육박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비야디(BYD) 등 현지 업체들이 저가 모델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려는 목적이 반영됐다. 미국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최대 7500달러(대당)를 소비자가 받을 수 있도록 해 수요를 자극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지난해 둔화 조짐을 보인 테슬라 차량 수요가 급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주문이 밀려 생산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16.8%)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도 뜨거워졌다. 테슬라에 이어 포드 등도 적자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벤 로즈 배틀로드리서치 대표는 “테슬라가 전기차 수요자들 사이에서 ‘안전한 선택’이라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할인으로 이익 얼마나 줄었을지가 관건
하지만 테슬라의 1분기 성적표에 마냥 긍정적인 평가만 나온 건 아니다. 테슬라의 1분기 차량 인도 대수를 놓고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중간값(인도 대수 42만1164대·생산 대수 43만2513대)은 웃돌았지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수집한 추정치 평균(인도량 43만2000대)은 밑돌아서다. 테슬라의 1분기 생산 대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테슬라가 1분기에 생산한 차량은 44만8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3% 늘어났다. 테슬라가 제시한 생산량 목표치에는 소폭 미달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180만~2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진 먼스터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 이사는 “테슬라의 차량 인도 대수가 머스크가 제시한 50% 증가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시장은 가격 인하로 테슬라의 수익성이 얼마나 떨어졌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이 230억달러 이상으로 전년 동기보다 22.3%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억달러로 전년 동기(33억달러)보다 21.2%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을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수요 증가에 힘입어 테슬라 주가는 1분기에 68.42% 올랐다.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는 2월에 연중 고점인 214달러를 찍었다가 투자자의 날에 기대했던 신모델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달 초 172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달 31일엔 207.46달러로 마감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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